여천 서정례 회고展
전시장 전경
현재를 살고 있는 서예가들의 작품 속에 여전히 고대 서예의 미학 규율이 존재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미학의 규율 속에는 획법과 자법(字法), 그리고 장법 등 형이하학적인 것들이 있는가 하면 작가의 정신적 자세와 사고의 결과로 나타난 형태를 다루는 형이상학적 세계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 개의 세계는 자질과 노력이 함께 있어야만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 중에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질의 면만을 숭상한다면 일종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법도의 경계에 아무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무제한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니 속인들은 가까이 갈 수 없는 경지일 것이다. 그러나 노력은 서예사에서 장지(張池)의 지수진묵(池水盡墨)처럼 많은 고사가 전해질만큼 강조되어 온 덕목이다. 명나라의 양사기(楊士奇)는 “그 법을 얻음에 있어서 진실로 오랜 노력의 익숙함이 아니면 또한 헛된 것일 뿐이다, 증자고(曾子固)는 왕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힘을 써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지 천성으로 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 말처럼 오랜 세월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서예의 극점일 것이다. - 유재 임종현 선생 서문中에서-
여천如泉 서정례 선생이 미수(米壽)를 맞아 오는 2020년 4월 9일부터 14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 1,2관에서 회고전展 겸 출판기념회가 개최된다.
서정례作, 集成, 51X48 cm 모아서 체계적으로 이룸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서정례 선생은 북위해서에 침잠하였으며 특히 장맹룡비(張猛龍碑)와 정희하비(鄭羲下碑)를 위주로 연구한 해서이지만 활달하게 내달리는 획법과 자법을 구사하여 많은 작품을 하였는데, 굳이 선생의 특장(特長)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전서를 들 수 있다. 선생의 전서는 석고문(石鼓文)의 고박(古朴)하고 완윤(婉潤)한 아름다움에 고오심후(古奧深厚)한 풍격을 가진 태산각석(泰山刻石)의 형태와 기세를 함께 취하고 있으며 획의 강약(强弱)과 태세(太細), 그리고 소밀(疏密)을 적절히 구사하여 묵직한 울림을 주는 동시에 거침없이 종횡으로 내달리어 고전이나 기존의 전서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상쾌함마저 전해진다.
서정례作, 忍中和, 30X65 cm 인내속에 화목이 있다
서정례作, 瑟琴和樂, 45X34 cm 처자가 좋게 합하는 것이 거문고를 치는 것과 같다
서정례作, 肯定克服 34X109 cm
또한 선생의 소자(小字) 작품을 논하지 않을수 없는데 대표적으로 불가(佛家)에서 자신의 신심(信心)을 드러내고 구복(求福)을 위하여 불경을 베껴 쓰는 사경(寫經)이 있다.
서정례作, 明心寶鑑 安分篇, 70X135 cm
사경(寫經)은 한 획, 한 글자마다 호흡을 가다듬어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작업으로, 말 그대로 구도자의 신심(信心)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작업이다. 이렇게 정성과 시간이 듬뿍 배인 소자 작품을 수 없이 많이 남긴것으로 미루어 짐작했을때 선생의 성심(誠心)을 알만 하다.
서정례作, 千字文, 69X200 cm
서정례作, 서정주님의 국화옆에서, 70X200 cm
서정례作, 密陽嶺南樓, 21.5X60 cm 동남으로 뚫린골로 먼 하늘 바라보니 한구역 좋은 경치 술통처럼 놓여있네 무심히 바라보다 시 한수 지었더니 흥취가 강물처럼 끝없이 일어나네 흰 모래 맑은 물엔 물새가 놀고있고 소 누운 풀밭에는 안개가 자욱하네 나그네 허튼 생각 주인 알까 멋쩍어서 웃으며 봄바람과 연회에 들어간다
전시장 전경
서정례作, 人生의理想, 68X50 cm
한편 이번 회고전을 통하여 그간 발표했던 작품과 근간에 제작한 작품 약 70여점을 통해 그의 서예인생 전반을 한눈에 볼수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오프닝행사에 맞추어 그가 자손들과 후학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쓴 천자문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서예가로 살면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려 하였던 선생의 마음이 이 책을 통하여 후학들에게도 전해지는 바가 있기를 바라며,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그의 서예에 대한 철학, 기법을 통틀어 서정례 선생의 서예書藝세계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0. 4. 10 글씨21 편집실
<전시정보> 여천如泉 서정례 회고展 전시기간 : 4. 9(목) ~ 4. 14(화) 전시장소 :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 1,2관 개막식 2020. 4. 9(목) 오후 5시 문의 010-8567-0747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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