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0-05-11
글씨21 기획 2020 창작지원프로젝트 김백녕작가 초대展

사유하는 예술가김백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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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21에서 기획하고 아트센터 일백헌에서 주최하는 2020 창작지원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이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총 4명의 작가(김백녕, 이은경, 이재숙, 이길원)가 선정되었으며, 김백녕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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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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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녕 작가의 전시 테마는 크게 3가지이다. 한국글씨의 특징을 살려 창작한 1. 한국의 글씨를 찾아서, 한국글씨의 조형적 다양성을 재현한 2. 글꼴 연구, 마지막으로 한국글씨의 미감을 담은 3. 서예포스터 양식 개발이다.

작가는 한국의 서예, 한국의 글씨의 특징이 무엇일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 끝에 현판에서 답을 찾았다. 현판의 서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3~5자로 건물의 기능을 압축적으로 대변해야하므로 굵고 강건하며, 분명하고 큰 글씨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와 같은 외형적 특징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절제된 중용의 미를 발견하는 데 주안을 두었다. 또한, 겸손의 예를 갖추어 작가의 성명이나 직분을 밝히지 않은 채 현판을 제작한 경우도 있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현판 글씨에는 담박한 정감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작가의 기획의도를 인지하고 작품을 마주한다면 작품을 감상하는 깊이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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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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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작가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정제된 한국 글씨의 특징을 살려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한다. <시냇물()> 작품은 주목성 있게 한 글자를 빠르게 썼지만 결코 가벼운 느낌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썼다. 마치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듯한 그림 같은 글씨는 그림으로의 확장성까지 연결한다. 작가는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一散)> 작품을 통해 하나의 생각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사유능력에 초점을 맞춰 하나 일()’에 담긴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창조세계를 긍정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사유는 글꼴연구 테마에도 오롯이 드러난다. <> · <> · <> · <> · <10> · <> 등의 작품들은 모두 하나의 글씨를 수십 개의 모습으로 표현하며 각각의 이미지에 맞는 이야기를 부여한다. 작품의 제목 선정에도 다 이유가 있다. <>는 언제 어떻게 성장할지 알 수 없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 성질의 것으로 서로 다른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매우 닮았다. <>은 같은 빛을 보고도 서로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하였고, <>은 하나의 붓으로 다양한 선의 변주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잡아냈다. 알파벳 와 숫자 <10>은 한글 작업에 머무르지 않는 확장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작품 안에 담긴 작가가 추구하는 관념을 찾아 인간의 가치성을 찾아내는 일은 오늘날의 개념미술과도 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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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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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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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녕 作


마지막으로 서예포스터 개발이다. 과거 문자디자인을 작업했던 경험도 있지만, 붓을 운용하는 경지가 매우 뛰어나 디자인적인 조형미를 갖췄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문화 · 예술 종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다음 개인전은 지금까지 알려진 초서체를 학습한 후 대작(大作) 중심으로 기획하는 것과 전각예술 특별전 두 가지를 계획하고 계신다는데, 이번 전시와 같이 응용 디자인을 적용한다면 더욱 볼거리가 많은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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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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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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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녕 作


1.jpg 오프닝에 함께한 가족들의 축하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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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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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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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씨를 찾아 필법에 얽매이지 않고 뜻이 가는대로 작품을 구상하며, 단 하나의 제목도 허투루 정하는 법이 없는 작가의 예술성과 진정성은 글꼴연구에서 가장 잘 나타났다. 글꼴마다 다른 정감을 기억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사유하고 연습했다는 작가의 말은 작가의 역량을 확인하게 된 대목이었다. 사유하는 예술가, 김백녕 작가의 전시는 대중성을 모색하는 서예인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2020. 5. 11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정보>


 2020 글씨21 기획 
창작지원프로젝트 

선정작가 "김백녕" 작가 초대展

전시기간 : 5.5()~ 5.11()

전시장소 아트센터 일백헌

문의 : 02-2138-0104 글씨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