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0-07-08
아트인 명도암 초대 양상철 개인전 <글‧그림 거리 좁히기展>

꽃게와 오리


제주의 문화예술 공간인 아트인 명도암에서 지난 6월 13일(토)~6월 26일(금)까지 <초대 양상철전 글·그림 거리 좁히기展>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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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코로나 19 펜데믹 상황에 한천 양상철 작가는 미소 짓게 하는 글그림 거리 좁히기 마련하였다. 사람들은 생활 속 거리두기 중이지만 글과 그림이라도 거리를 좁혀보자 하는 마음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는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게와 오리를 중심으로 전시를 감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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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작품 2 새벽 닭 24x46cm.jpg

새벽 닭 · 24x46cm


작품 22 할 수 있다 30x50cm.jpg

할 수 있다 · 30x50cm


<할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 작품에는 고난 앞에 닥친 꽃게들이 등장한다. 옆으로만 걷는 꽃게라 잘 이겨낼까 걱정이 들지만 그래도 꽃게 가족이 있어 든든하다(<가족>). 연밭에서도 잘 놀다가(<연밭에서 놀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여보 같이 가>자며 서둘러 자리를 옮긴다. 제목의 작은 변주는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꽃게라는 대상에 집중했다면 꽃게는 그림 소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꽃게를 의인화하는 순간 꽃게는 내가 된다. 꽃게의 상황과 감정이 나에게 이입되어 내가 마치 그곳에 있는 듯 착각이 든다. 의인화된 꽃게는 눈앞의 모래 파도를 이겨내는 전개를 관람자와 공유하며 입체적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꽃게 시점으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우리도 국가적 재난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힘을 얻게 된다.

 

작품 1 가을냇가 30x50cm.jpg

가을 냇가 · 30x50cm


작품 3 성산출일(城山出日) 24x46cm.jpg

성산출일(城山出日) · 24x46cm


이번 전시에서 오리는 꽃게만큼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오리를 보고 느낀 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오리의 전체적인 형상과 부리 등 특징적인 면을 잡아내어 단순하게 표현하였다(<가족>, <가을 냇가>, <거리두기>). 하나의 색채와 거친 필획으로 오리를 완성한다. 상을 온전히 이해한 후 단번에 그려내는 과정은 작가의 감각에 집중하게 되고,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는 바위 아래로 시원하게 뻗는 폭포를 표현한 <정방하폭>에도 잘 나타난다. 이외에도 제주의 자연경관을 담은 <성산출일>, <영실기암>이 있다.

 작품 4 녹담만설(鹿潭晩雪) 24x46cm.jpg

녹담만설(鹿潭晩雪) · 24x4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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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이번 전시는 의인화한 꽃게와 작가의 주관적 감각이 돋보이는 오리를 통해 살펴보았다. 한천 양상철 작가는 한 해에도 몇 번씩 새로운 기획으로 전시를 열면서 작가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2020. 7. 4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아트인명도암 초대 한천 양상철 글그림 거리 좁히기

기간 : 2020. 6. 13(토) ~ 6. 26(금)
장소 : 제주 아트인 명도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209)
전시문의 : 064-727-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