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한 붓으로 전시장 전경
서예 전공생들이 붓 한 자루에 같은 마음을 모아 「한붓동인 창립전」을 열었다. 21명이 참여한 ‘한붓동인’은 신재범 회장을 주축으로 30대부터 60대까지 꾸준히 서예술에 매진한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예작가로 활동하며 느낀 즐거움과 어려움을 나누고, 한국서예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전시장 전경
그룹전임에도 작가마다 네 작품씩 선보여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얀 종이와 까만 먹물로 작업한 작품부터 옻지, 장지, 아크릴, 채색물감 등 여러 재료를 활용한 작품도 있었다. 길게는 수십 년, 짧게는 십여 년 갈고닦은 필력은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실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김승민 · 노자 도덕경 제1장(老子 道德經 第1章) · 50x100cm
이재득 · 나룻배와 行人 · 40x40cm
방재호 · 등화가친 자작시 燈火可親(自作詩) · 42x135cm
지강 김승민의 <노자 도덕경 제1장>은 화선지에 먹을 사용한 전형적인 형식에서 탄력적인 필력이 돋보인다. 말랑하면서도 흐물거리지 않는 양갱이 떠오른다. 보이지 않는 오랜 공(工)과 정성이 쌓이면 달라지는 필력에서 예술성이 나타난다. 서예가 문자추상미술의 영역으로 나타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송정 김남훈의 <낙(落)>과 <화(花)>는 하나의 글자를 반복·나열하여 작가의 감정을 배제하고 재료의 성질에 집중하는 미니멀 아트를 구현한다.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집중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초월적 정신을 지향한 것인지는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현 · 기쁨 · 78x108cm
김상년 · 자아의 경계에서다202019 · 26.5x35.5cm
손동준 · red line · 112.1x145.5cm
진산 이상현의 <기쁨>은 문자의 요소를 구상과 추상의 경계로 옮겨놓음으로써 문자추상미술로 확장해간다. 일만 김상년의 <자아의 경계에서다202019>와 불애 손동준의 은 회화적 측면이 강조된 서예작품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권지민 · 봉셔 · 32x34cm
오지혜 · 파초_2 · 50x204cm
채송화 · 輔仁 刻(보인 각) · 30x30cm
한글서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은림 이연주의 <충담사의 안민가>, 송산 최정근의 <용혜원 시 동행>은 궁체의 유려한 선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한글작가의 선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서예와 뗄 수 없는 문인화 작품도 많이 있었는데, 선천 오지혜의 <파초> 시리즈는 파초의 구도와 여백의 조화가 현대적인 미감과 맞는 세련됨이 느껴졌다. 이외에도 전각을 꽃망울처럼 표현한 보인 채송화의 <보인 각> 작품 역시 보는 재미를 준다. 신재범 · 지보 신공(至寶 神功) · 70x135cm
임봉규 · 바람1(돌탑) · 60x90cm
최정근 · 李岡 詩 · 24x180cmx2
서예를 전통적으로 학습하고 창조해낸 작품세계에는 근본이 있어서인지 무게감이 실린다.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 후진양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이들에게서 서예의 예술성과 미래를 보게 된다. ‘한붓동인’ 이전에 원조 격인 대학파 그룹전이 있었다. 그러나 일회성으로 끝난 아쉬움을 ‘한붓동인’으로 부활시키며 그 맥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본다.
2020. 9. 1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한붓동인 창립전 전시 기간 : 2020. 8.26(수) ~ 9.1(화) 전시 장소 : 경인미술관 제1전시실 글씨21 문의 : 02-213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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