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0-09-08
2020 문자문명展

문자와 만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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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2020 문자문명은 문화의 도시 경상남도 창원에서 다호리 고분에서 출토된 을 기념하고 문자가 지닌 미학을 고찰하고자 마련되었다. 다호리 붓은 1988년 다호리 유적 1호분에서 출토된 5자루의 붓을 말한다.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까지의 삼한 시대 유적으로 대외교역의 서사도구 역할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도구의 역사 또한 서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문자는 문명의 결과물로 문화와 역사, 정치, 종교 등을 담는 부호 체계이다. 그러나 고대 문명사회에서 문자를 읽고 쓰는 자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문자는 신성시되었고, 권력을 상징했다. 따라서 문자는 의미 전달에 그치지 않고 문자에 미의식을 반영하며 주술적 역할로도 사용되었다. 문자에서 미의식을 발견하고 예술의 한 분야로 문자예술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자문명 은 한반도의 문자문명을 밝히고 문자예술세계를 확장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4개의 부문으로 구성됐다. 입상진의(立象眞意, 형상을 세워서 뜻을 전한다.)에서는 강솔 이완의 <무제> 해골바가지 작품이 형상을 통해 뜻을 보여준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누구나 한 번쯤은 듣고 따라 그려본 해골바가지를 기억할 것이다. 해골을 보고 느낀 무섭고 두려운 감정을 노래를 통해 순화시키고 문자의 형식으로 그린 것이 아닐까. 설명 없이 형상을 세워 문자 이전의 상황을 가늠해본다. 불립문자(不立文字, 깨달음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부처의 가르침을 말할 때 나온 말이다. 문자에 얽매이지 않아도 진실은 전달된다는 의미이다. 다천 김종원의 작품에는 태극문양과 팔괘, 붉은 색감, 부적(符籍)에 쓰일 것 같은 변형되고 화려한 문자도형이 보인다. 강한 불교적 색채 앞에 압도되며 다소 경건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의외지의(意外之意, 생각 밖의 생각)에서는 경당 김화문의 <그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통해 그 의미가 와 닿는다. 일상적인 고민과 생각 속에서 한 단계 나아가 우리의 존재론적 물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상외지상(像外之像)은 형상 밖의 형상이란 뜻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담지 않아도 형상이 보이는 경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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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솔 이완 · 무제 · 70x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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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천 김종원 作 · 210x14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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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당 김화문 · 그대!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200x90cm


이번 전시의 주제 글자가 없는 곳에서 그 뜻을 다한다(無字處眞其意)’는 역설적으로 문자를 가지고 뜻을 전달해야 하는 모순이 있지만, 문자예술을 통해 일반적으로 사고하고 쓰는 1차원적인 단계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경계를 시도한다. 그러나 주제에 맞춰 진지하게 고민한 작품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또한, 도록에 접근하기 쉬운 한글 표기가 병행되었다면 문자문명의 근원지인 다호리가 다호리에 머물지 않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문자가 있는 곳에 예술이 있는 문자문명의 예술적 가치가 더욱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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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서 박금숙 · 接代群生 · 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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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람 박세호 · 왕의 깃발 · 210 x 1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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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민 박영도 · 回歸Ⅰ · 100 x 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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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박원제 · 司公圖二十四詩品 · 210 x 1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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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반 양용운 · 觀風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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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무 최재석 · 김소월 시 님과 벗 · 70 x 13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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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빛 이병도 · 이재선생 시 · 200 x 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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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석 정대병 · 河東茶頌 · 210 x 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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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 신재범 · 煙雲 · 204 x 14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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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 이창덕 · 204 x 143cm




2020. 9. 8.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2020 문자문명-無字處眞其意-

기간 : 2020.8.19() ~ 8.30()
장소 : 창원 성산아트홀 전관(1~7전시실)
글씨21문의 : 02-2138-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