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캘리콘서트 작가들이 ‘자작곡(字)(作)(曲)’을 문자로 지어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문장가가 글과 글을 엮어 시나 소설을 짓듯이 캘리그라피 작가는 자(字)와 형(形)을 엮어 글을 해석한 의미를 담은 새로운 조형의 문자를 짓는다는 뜻을 담았다. 오민준글씨문화연구실이 주최 및 주관한 <자작곡-문자를 짓다> 전시회가 9월 3일(목)부터 9일(수)까지 백악미술관 전관에서 열렸다. 캘리콘서트 전시를 준비한 71명의 작가들은 70x70cm의 공간에 저마다 조형한 창의적인 문자를 그렸으며 작가의 개성이 담긴 어조와 어투, 형태를 보여주었다.
전시장 전경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Calli(美)와 Graphy(화풍, 서풍, 기록법)의 합성어로 ‘손으로 그린 문자’라는 뜻이지만, 조형상으로는 문자가 지닌 의미전달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치는 효과, 여백의 미, 균형 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문자는 전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기능적 측면이 강조된다.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문자는 대개 의미전달의 수단이라는 기능만 지니고 있어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찬탄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캘리그라피는 문자의 의미전달 기능에 아름다움을 담아 하나의 예술로 승화하며, 매우 다양한 기법으로 작가만의 개성과 감성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소희의 ‘페르소나’, 송옥진의 ‘아슬아슬’, 유지향의 ‘달, 길’, 이강호의 ‘꿈꾸는 호랑나비’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먹의 질감이 짙게 표현된 작품과 물을 머금은 먹이 연하게 번지는 형태가 인상적인 작품부터 글과 그림이 함께 표현되어 글이 전달하는 의미와 그림의 아름다움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 그리고 기존의 사물, 단어 등을 재해석해 창의적인 기법으로 종이를 수놓은 작품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유려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소희 · 페르소나(persona) 송옥진 · 아슬아슬
유지향 · 달, 길
이강호 · 꿈꾸는 호랑나비
이유진 · 내안의 나
정희자 · 엄마
이번 전시 제목인 <자작곡-문자를 짓다>는 캘리콘서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지향하는 바를 함축하고 있다. 이미 자신만의 장점과 표현수단을 확립하여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배움에 목이 말라 짧게는 2, 3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캘리그라피를 공부 중인 작가들도 있다. 이들은 그동안 익혀온 선질과 자형, 농담과 공간의 변화 등 다양한 표현기법들을 동원하여 문자조형의 세계를 선보이는 한편, 자신의 삶과 세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등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나라 캘리그라피 작가들의 뛰어난 실력을 엿볼 수 있었고, 전시회를 찾은 많은 관람객에게 캘리그라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기존의 화풍을 아름답게 담아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들의 도전정신이 있어 대한민국의 캘리그라피 예술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 9. 15 객원기자 신혜영
<전시정보> 제9회 캘리콘서트 字作曲(자작곡) 문자를짓다展
기간 : 2020. 9. 3(목) ~ 9. 9(수) 장소 : 백악미술관 글씨21문의 : 02-213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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