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쓰고 예술도 하고
전시장 전경
「한국서예 · 문인화 학예병진」展은 서예의 체계적인 진흥과 후학 양성을 위해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1913∼1999) 선생이 설립한 강암서예학술재단과 전주시가 주최하는 서화전이다. 강암은 한학자(漢學)이면서 여러 서체를 구사하고, 대나무 그림으로 뛰어난 서예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암의 모습을 본받아 현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와 예술에 힘쓰는 사람들이 모여 학예병진展에 참여하였다. 중하 김건표 · 辛棄疾詞 靑玉案·元夕 · 35x130cm
우전 성인근 · 臨張遷碑額書 · 35x136cm
북계 김백녕 · 36x38cm 경자년 새해 아침, 석도(石濤)의 《고과화상화어록(苦瓜和尙畵語錄)》을 읽고 나서 서예와 '존재의 본래면목'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산내 박정숙 · 서예술의 창작은 · 35x200cm
청사 장지훈 · 강암시구(剛菴詩句) · 35x139cm
한 우물을 파기도 바쁜데 학문과 실기, 두 가지 우물을 판다는 것은 열정 없이 불가능하다. 모두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것임을 알기에 힘들지만 해낸 것 아닐까. 특히나 서예술은 한학을 기본 소양으로 여기고, 인격도야와 같이 자신을 수양하는 과정으로 여기는 부분이 있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학문과 실기를 붙잡고 매진하는 이들이기에 평소 고민하고 품어왔던 생각을 작성한 작가노트를 함께 마련하였다. 짧은 글이지만 작가를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원당 이영철 · 『孟子』「公孫丑章句」 · 35x135cm
경허 김남형 · 蘭 · 34x128cm
청곡 김춘자 · 張九齡詩 · 35x130cm
임지당 이은혁 · 春日自適 · 35x135cm
고산 최은철 · 소동파 시 <太白山下早行> · 35x135cm
작가들의 글에는 ①작품의 창작 배경이나 앞으로의 다짐을 쓴 것이 있다. 마하 선주선은 30년 뒤 100년 뒤 문화유산으로 남을 작품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한다. 수십 년 서예를 했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모습에서 기상이 넘치는 예술혼이 느껴진다. 간절함과 욕심으로 공부해야겠다는 도전 의식을 갖게 한다. ②서예를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에 있어 조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학(漢學)을 소홀히 하는 것을 경계했다. 특히나 한글세대가 한문 서예를 한다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③서예계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 글도 있다. 균당 이두희는 ‘정체성’과 ‘마케팅’에 주목하며, 서예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금도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서예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외에도 ④서예와 문인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작가의 생각을 써 내려간 글들이 있는데 작가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 송민 이주형 · 漢,蔡邕 筆論 · 37x180cm
석지 김응학 · 대해불택세류(大海不擇細流) · 35x137cm
열리 진리바 · 境界·金剛山圖 · 37x75cm
해담 오후규 · 창작의 원류 2020 · 75x41cm
작가의 작품은 서예, 문인화, 전각, 산수화 등 저마다 주력하는 분야에서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석지 김응학의 <대해불택세류(大海不擇細流)>는 작은 물줄기를 가려 받지 않는다는 큰 바다의 포용력만큼이나 강한 필력이 느껴지고, 열리 진리바의 <금강산도(金剛山圖)>의 세밀한 작업은 과정과 달리 금강산의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담 오후규의 <창작의 원류 2020>은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패러디하였다. 붓을 걸어놓고 ‘이것은 붓이 아니다’라고 쓴 형식은 빌려왔지만, 기존의 생각을 부정하고 관습적인 것에 물음표를 던지면서 지혜를 찾아간다는 창작의 원류를 담았다. 경운 조인숙의 <박인량의 구산사(龜山寺)>는 현대 미감에 맞는 지필묵 사용과 서예와 전각의 조화가 돋보인다. 수묵헌 김찬호의 <보서보덕(寶書寶德)>은 필법이 뛰어난 것보다 글과 덕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인문정신과 예술실천을 강조한 강암의 ‘보서보덕’ 명제에 수묵색채와 탁본을 가미하여 학예병진의 주제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경운 조인숙 · 박인량의 구산사(龜山寺) · 25x135cm
수묵헌 김찬호 · 보서보덕(寶書寶德) · 70x120cm
75명 작가의 글과 작품은 이론과 예술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론만 공부해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작업만 해서는 잘못된 길로 빠질 위험이 있다. 두 가지를 모두 실천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정진해간다면 뿌리 있는 서단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서울 전시가 끝나고 오늘부로 전북예술회관에서 2부 전시가 진행된다. 강암 선생의 뜻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 2020. 09. 18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한국서예 · 문인화 學藝竝進展 ∥ 서울 전시 ∥ 기간 : 2020. 9. 10(목) ~ 9. 16(수) 장소 : 백악미술관 1,2층
∥ 전주 전시 ∥ 기간 : 2020. 9. 18(금) ~ 9. 24(목) 장소 : 전북예술회관 기스락 1,2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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