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20-11-04
2020 하반기 특별초청전 <육선비예(六仙秘藝)>
김민수 개인전 '취묵성필(醉墨醒筆)'

이정 이동천(二井 李東泉) 선생 문하의 육선비예전이 오는 12월까지 릴레이 개인전으로 북촌 일백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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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묵성필(醉墨醒筆) · 137x34cm


오는 116()부터는 화정 김민수(火亭 金珉洙)의 취묵성필(醉墨醒筆)전이 일주일간 열린다. 화정선생은 IBK기업은행 퇴직 후, 일백헌의 일백 가지 좋은 뜻을 펼치기 위해 2019년 화랑을 시작하였으며 스승인 이정 이동천 선생의 지도아래 필법과 이론, 미술 감정에 이르기까지 주변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본 전시의 주제인 취묵성필은 은행 재직 시절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깨우친 기업가 정신을 글씨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작품에 담긴 문구들을 살펴보면 경영인과 관련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기업가 정신과 기업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내용으로 나름의 해독들이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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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지수(南山之壽) · 137x34cm


동양예술의 정수라고 말하는 서예는 즉흥적이 아이디어나 단순히 문자의 형식만 빌려 표현되지 않는 서()가 가진 독특한 미()의 양식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동양 삼국(··)에서 유독 글씨를 예술의 영역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글씨가 가진 철학과 심미를 우선으로 살피기 때문이리라.


문자를 쓴다는 행위,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미적 향수를 불러온다는 것,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치 않는 것은 바로 필획의 무게일 것이다. 글씨가 예()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우리가 글씨를 이해할 때 외모로만 판단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무게란 필획의 굳셈과 부드러움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글씨 안에 그 사람이 그대로 더러 나기 때문에 삶의 무게와 필획의 무게를 그렇게 이해하고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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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지기(浩然之氣) · 136x34cm


화정 김민수 선생의 글씨는 북위서를 바탕으로 마명사비, 석고문, 하승비 사신비, 왕희지, 화악송 등을 익혔다고 서술하고 있으나 표현된 각 서체가 거의 북위의 거칠고 웅장함에 집중되어 있다. 화정선생의 운필법에 대해 논 하자면 역입절필(逆入絶筆) 이라 하여 호의 몸 전체를 사용함으로 거칠게 역입하여 호를 끊어치는 방법으로 운필이 되는데 일반적인 서법양식과는 좀 다름을 알 수 있다. 간간히 획이 지나간 자리마다 종이가 찢어져 나간 부분들은 아마도 내재된 기운을 아끼지 않음으로 필관까지 닿아 나타난 효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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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일관(初志一貫) · 82x68cm


섭렵한 비문의 각 서체마다 냄새가 다르고 양식이 달라 하나로 묶어 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각 비첩마다 특징이 달라 그 법첩에서 요구하는 바를 해독하여 운필법을 달리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학업 하는 자세는 깊게 집중하는 것과 넓게 품어 가는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아마도 화정 김민수 선생은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필획 하나하나 막힘없이 자유분방하고 호방하여 글씨를 보는 감상자로 하여금 시원시원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분명 그 천성과 무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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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개도우수가교(逢山開道遇水架橋) · 137x34cm


본 전시를 시작으로 더 많은 것을 맛보고 내게 맞는 것으로 솎아냄을 수없이 반복하여 결국 취묵성필 하고자 하는 기업인의 모습과 서예가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2020. 11. 04
글씨21 편집실



<전시 정보>

2020 하반기 특별초청전 '육선비예(六仙秘藝)'
김민수 개인전 '취묵성필'

전시 기간 : 2020. 11. 06(금) ~ 11. 12(목)
전시 장소 : 북촌 일백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가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