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사진
전통예술인 서예를 다시금 조망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예술공간 집의 연례기획전인 추천 작가전으로 올해에는 서예가 후산 정재석의 전시가 12월 11일(금)부터 12월 21일(월)까지 진행되었다.
觀風聽雨 관풍청우 · 99×241cm · 2020
이번 전시는 예술공간집에서 지역미술계의 순수미술에 집중된 흐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예술 분야의 작가를 선정하고 주목해보고자 지난해부터 마련된 전시로 올해 두 번째 개최되는 전시였다. 지난해 타피스트리와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 준 윤연우 작가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서예가 정재석의 전시를 준비했다.
陋室銘 루실명 · 86×34cm · 2019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관에 書:한국 근현대 서예전>이라는 전시로 서예의 세계를 다시금 조망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 다시금 우리 예술에 대한 시각을 환기시키는 다양한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지역에서도 그간 현대 시각예술의 화려함 속에서 서예는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지만 우리 전통 예술에 대한 참 멋을 진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줄어갔다. 유례없는 혼란의 시기를 보낸 올해 우리는 우리 사회만의 강점을 다시 조망하고 있고, 예술공간집에서도 우리의 예술에 다시 주목해보길 권하는 의미로 서예작가의 추천작가전을 마련했다.
舞 무 · 69×137 · 2020
서예가 후산 정재석은 올해 초 타계한 故 학정 이돈흥 선생의 제자로 20여 년 이 넘는 시간 동안 서예가의 길을 걸어왔다. 긴 시간이 증명하듯 서예가 후산 정재석의 작품들은 ‘書’의 다양한 세계를 깊이 새겼다. 전통에 대한 고집스런 연구와 현대적 변용에 대한 열린 마음도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들에서 서예의 옛 멋과 새 멋이 함께 비춰진다. 단순히 하나의 글자만이 아닌, 한 획으로부터 시작된 글이 품어가는 자연과 세상 만물의 이치를 다시금 되새긴다. 의미를 몰라도 화면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조형의 조화는 書가 가진 무한한 힘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먹과 종이, 그리고 이를 써 내려간 한 인간의 곧은 정신을 담은 書의 세계, 결코 현대의 시각예술과 견주어도 흔들리지 않을 굳고 너른 세계를 펼쳐낸다. 붓이 지나가고 글자가 새겨진 종이 위에는 생기가 넘치고 분명 글씨이지만 그 자체로의 힘이 가득 뿜어져 나온다. 하나의 글자는 추상화가 되기도 하고, 운율을 싣고 종이 위에서 다양한 변주를 한다. 글이 전하는 내용과 글씨가 빚어내는 조형, 그리고 그 가운데를 잇는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 되어가며 세상만물의 근원적 의미들을 담고, 그 깨달음에 끝없이 다가가는 길의 무한한 깊이가 새겨진 예술이 바로 서예가 아닐까.
필결 구 筆訣 句 · 41x61 · 2020
이번 전시에서 후산 정재석 작가는 행초서를 비롯한 전각 등 23점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정재석 작가는 “‘傳神전신’을 화두 삼아 그리 길지 않은 지난 흔적들을 들추어 보았다.”며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교향곡 9번을 떠올리듯, 서예술에서 가슴 벅찬 은하수를 경험해볼 수 있기를 꿈꿔본다.”고 전시의 소회를 밝혔다.
河 하 · 28.5x61cm · 2019
전시를 기획한 예술공간 집 문희영 관장은 “시각예술의 많은 분야에서 다시금 새로이 서예를 바라보고 서로 융합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예술공간집의 추천작가전이 지역미술계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후산 정재석 작가는 전남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대학시절부터 서예를 시작하여 故학정 이돈흥 선생의 제자로 꾸준히 서예를 익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광주광역시미술대전, 전라남도 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이며 남도서예문인화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지역을 넘어 서울과 중국 등과 교류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20. 12. 23 글씨21 편집실 (자료 제공 : 예술공간 집)
<전시 정보> 후산 정재석展 전시 기간 : 2020. 12. 11(금) ~ 12. 21(월) 전시장소 : 예술공간 집 (광주 동구 제봉로 158번길 11-5) 전시문의 : 062)23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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