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전경
올해로 김종영미술관이 개관한 지 20년이 되었다. 김종영의 삶을 살펴보면 볼수록 기존의 20세기 한국 미술사 기술을 되새기게 된다. 특히 몇 년 전부터 ‘단색화’가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소비되는 것을 보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되묻게 된다. 지난 세기 한국 미술사를 어떤 관점에서 기술할 것인가로 귀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전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김종영 · 소림도(疏林圖) · 87×63cm
이번 전시에는 김광업(1906~1976)과 최규명(1919~1999) 두 분의 서예가와 걸레 스님으로 알려진 시인이자 서화가 중광(1934~2002), 그리고 이응노(1904~1989)와 황창배(1947~2001) 동양화가 두 분과 서양화가 곽인식(1919~1988), 김환기(1913~1974), 정규(1923~1971), 한묵(1914~2016) 네 분, 조각가 김종영(1915~1982), 비디오 작가 백남준(1932~2006) 해서 총 열 한 분의 작고 작가 작품을 전시한다. 연배로 보면 이응노와 김광업은 ‘경술국치’ 이전에 태어났고, 네 분의 서양화가와 김종영은 일제강점기 동경 유학을 했으며, 백남준과 중광은 해방 후 우리 손으로 설립한 미술대학에서 교육받은 일 세대 작가인 앵포르멜 세대와 동년배이며, 황창배는 해방둥이라 할 수 있다. 전통 서화에서 미술로 전환되던 시기에 서예와 미술에 정진한 작가들이다.
최규명 · 요산 · 63×125cm,
이번 전시에서 작가군을 나누는 기준은 ‘서예’ 이다. 더불어 이 분들은 제도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작업 세계를 발전시켜 나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미술가들은 서예를 통해 체득한 미감을 어떻게 ‘자기화’했는지 살펴보고, 서예가들은 어떻게 서예를 ‘현재화’하고자 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이분들이 생전에 남긴 중요한 어록을 작품과 함께 전시하여, 이 작가분들이 어떤 자세로 서양미술을 수용했는지 이분들의 고뇌를 헤아려 보고자 했다. 한묵 · 비도 · 55×69cm,
3전시실에는 미술가로 특별히 서예에 정진하지는 않은 작가인 김환기, 백남준, 정규의 작품을 전시했다. 서예에 정진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미감과 작품관이 우리 전통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전시실에는 서예를 공통분모로 해서 화가, 조각가, 서예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물성에 관심을 가지고 개념미술로 볼 수 있는 작업을 했던 곽인식, 말년에 우주관에 기반을 둔 기하학적 추상에 전념한 한묵, 추사와 세잔의 공통점을 찾아내서 불각의 미를 추구한 김종영, 서예와 문인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추상화를 시도한 이응노, 서구 미술 사조를 가미해 동양화를 현재화하고자 노력했던 황창배의 작품과 함께 추사와 위창의 서예 전통을 이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의사 출신의 서예가 김광업, 서예의 회화성에 천착해 회화와 서예의 경계를 넘나든 최규명, 그리고 선화(禪畵) 전통을 통해 한국의 피카소라는 극찬을 받은 중광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했다. 황창배 · 무제 · 337×150cm
1전시실에서 들어서면 누가 서예가고 누가 화가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생전에 이분들은 전통 서예를 토대로 서양미술을 수용하고, 현재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3전시실의 작가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20세기 한국 미술사를 기술하는 데 있어서 1958년 앵포르멜의 출현을 한국 현대미술의 출발점이라고 기술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2021. 3. 11 자료제공 : 김종영미술관 <전시정보> 김종영미술관 개관 20년 기념전 『화가畫家의 글씨, 서가書家의 그림』 전시기간 : 2021. 3. 5(금) ~ 4. 25(일)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김종영미술관 전관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30) 초대작가 : 곽인식, 김광업, 김종영, 김환기, 백남준, 이응노, 정규, 중광, 최규명, 한묵, 황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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