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1-04-23
김종건 개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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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김종건 작가의 개인전이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신사동 마히나 비건 테이블에서 펼쳐진다김종건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과 학사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문자예술협회 회장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자문위원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이사를 재임 중이다작가는 현재 제주도 애월에 개인창작실을 마련하여 글씨라는 테마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창작물에 집중하고 있다.



기호의 형상화


 

김홍록 
(현대미술 아티스홍익대 회화과 졸업마히나 비건 테이블 대표)



우리는 지난 두 전시에서 [관념], [심상찾기를 경험해보았다이번 전시에서는 [형상화된 의 기호를 함께 느껴 보자.

 

우리가 경험한 꽃에 대한 기억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라는 기호는 가장 많은 정보를 함축하는 매우 간결한 표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당신은 어제 본 아름다운 그 꽃을 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꽃에 대한 경험은 시각후각촉각을 아울러 공감각적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을 공유한다면 다음 중 당신이 선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꽃을 따서 보여주거나 꽃 앞으로 안내하는 방법

꽃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거나 사실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방법

꽃에 대한 음악을 들려주거나 추상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방법

꽃에 대한 글을 보여주거나 꽃이라는 기호를 적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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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 꽃의 축제 · 130×160cm


기호는 많은 정보를 함축하여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각자의 경험에 따라 형성된 관념의 차이로 서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반대로 꽃을 따서 보여준다면 직관적이지만 제한적인 정보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꽃을 표현할 때 각자의 서로 다른 공감각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잘 소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바로 꽃이라는 기호를 '형상화하여 서로의 감각을 더욱 확장시키면서 일정 방향으로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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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 꽃 시리즈 · 60×60cm


'형상화란 작가가 심상에 따라 형체가 없는 것을 창조하여 출현시키는 것을 말한다음악미술과 같은 '예술적 형상화는 서로의 관념의 차이를 줄여주고 원활한 이해와 소통을 도와줄 수 있다.

 

당신에게 꽃은 누구인가?

당신에게 꽃은 언제인가?

당신에게 꽃은 어디인가?

꽃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바로 지은 시_김홍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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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 꽃 시리즈 · 60×60cm


기호와 예술의 관계를 보자면 기호는 철학을 담는 그릇이며예술은 과정의 조리도구라고 할 수 있다함께 꽃을 조리하여 그릇에 담아 보자.

 

삶기데치기굽기 등 꽃을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꽃의 모양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그릇 위에 나열하여 장식할 수 있고꽃을 다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맛과 향을 재배열하여 더욱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선자는 사실적인 표현 방법의 그림이며후자는 추상적인 표현 방법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벽에 걸린 김종건 작가의 작품을 보면 후자의 추상적 표현 방법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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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 꽃 시리즈 · 60×60cm


김종건 작가는 서예를 전공한 국내 캘리그래피 1세대의 인물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종목 픽토그램을 만들었고윤디자인연구소의 유려체의 주인공이다지금도 많은 기업의 제품에 캘리그래피 로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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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 꽃 시리즈 · 60×60cm


벽에 걸려있는 그림 속에서 기호를 살펴보자.

 

작가는 단어 '을 캘리그래피 하는 것으로 연작을 시작하였다흰 배경에 검은색 글씨였던 작품은 기호가 자유롭게 해체되며 꽃으로 연상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계속된 작품에서 작가의 표현력이 분출되며 꽃은 더욱 형상을 잃어가는 단계로 나아갔다글자로 시작한 구상 작업이 점차 형체가 해체된 추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감상하고 있는 작품은 작가의 가장 최근 작업으로 꽃의 심상을 감각할 수 있는 초기 추상 단계의 작품이다유심히 바라보면 아직은 작품에서 '이라는 글자를 유추하거나 간신히 인식할 수 있다앞으로 작가의 꽃은 보다 더 해체적인 작품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2021. 4. 8
자료제공 : 마히나 비건 테이블



<전시정보>

김종건 개인展

전시기간 : 2021. 4. 1(목) ~  6. 30(수)

전시장소 : 마히나 비건 테이블 (서울 강남구 논현로175길 75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