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1-05-03
일중 김충현 경후 김단희, 아버지와 딸

김충현 탄신 100주년 기념

일중 김충현 경후 김단희아버지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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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전시는 김단희의 아버지 김충현(1921-2006)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1992년 백악미술관에서 김단희의 첫 전시가 열렸으니 30년 만에 같은 곳에서 두 번째 전시가 개최되는 것이다. 백악미술관은 아버지가 생전에 지은 미술관이니 그의 사후 이곳에서 열리는 부녀전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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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현 · 두시언해 · 25.5×45cm · 1983


안동에 본을 두고 서울을 기반으로 조선 후기를 풍미한 안동김문 김단희의 집안은 선조의 전통을 이어 후손들도 집안의 경조사에 늘 시문詩文을 주고받았으며, 는 그들의 기본 소양이었다. 김단희는 이런 문예적 환경 속에서 생장했기에 선조에 대한 자긍심이 남달랐고, 자신의 붓으로 선조의 숭고한 정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75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4부로 나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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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현 · 찬서, 녹만창 · 34.4×137.5cm · 1986


1 붓으로 기리는 선조先祖의 문예정신은 선조가 짓고 김단희가 쓴 글씨 35점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김단희는 15대조 청음 김상헌, 증조부 김영한, 조부 김윤동, 부친 오형제 김문현·충현·창현·응현·정현, 사촌동생 김완희(김창현의 장녀), 제부 최연홍의 시문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그 숭고한 문예정신을 기린다.

 

김상헌의 시, 김영한과 김윤동이 손자이자 아들인 김충현에게 지어 준 글, 어머니 회갑에 바친 아들 김충현 오형제의 축시, 오형제간의 회갑 축시, 작은 아버지 김충현을 그리는 질녀 김완희의 글, 처부모인 김충현 내외를 위한 사위 최연홍의 축시와 조사는 집안의 경조사에 시서詩書로 서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 그들의 일상생활이었음을 말해준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김단희가 선조의 글을 자신의 붓으로 표현하는 것은 후손으로서 영광된 일이라 여겨진다. 여기에 선보이는 김단희의 최근 작품은 그의 그런 마음을 대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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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희 · 나를 키우는 말 · 44×44cm · 2005


2김단희를 향한 부정父情은 조부, 백부, 부친, 숙부가 김단희에게 써 준 글씨 8점을 선보인다. 위로는 조정을 감동시키고 아래로는 사림을 흥기시킨 중국 송나라 정호程顥(1032~1085)·정이程頤(1033~1107) 형제의 어머니 후부인처럼 정숙하고 자혜로운 여인이 되라는 의미로 경후당景侯堂이라는 당호를 지어 준 조부 김윤동, 질녀의 성수동 첫 살림집을 한강 이북의 제일루라 축복해 준 백부 김문현, 딸이 녹음을 좋아하여 녹만창綠滿窓이라는 당호를 지어 준 부친 김충현, 질녀의 회갑에 장수와 복덕을 축원한 넷째 숙부 김응현의 글씨로 구성된다. 그들의 작품은 김단희를 향한 특별한 애정을 보여주는데, 그가 집안의 서맥을 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집안 어른들의 이런 관심과 사랑을 자양분으로 하여 살아 온 김단희는 자신의 가문에 대해 특별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의 예술관 형성에 밑바탕이 되고, 나아가 서예가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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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희 · 해당화 · 35.5×42.7cm · 2006


3법고法古에 근거한 창신創新의 서예는 명시·명구를 쓴 김단희의 글씨 23점으로 구성된다. 김단희가 본격적으로 서단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40대부터 70대까지의 한글 작품의 변화를 통해 옛 것은 물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모습의 글씨를 감상할 수 있는데, 이런 창의적 예술정신은 아버지의 예술혼을 이은 것으로 귀결된다.

 

김단희는 아버지의 교육 방법을 따라 한문 서예를 먼저 배운 후 한글 서예를 연마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전통적 필법의 궁체와 고체로 기초를 다졌다. 그러나 이후에 보여준 변화미와 파격미 그리고 종이 작업에서 아버지의 한글을 벗어나고자 노력한 딸의 인고의 시간이 헤아려진다. 다양한 분위기의 작품에서 김단희 글씨의 법고창신적 변화 양상을 살피는 것은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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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희 · 목단화 · 32.5×39.5cm · 2006


4문화예술적 교유를 말하는 소장품은 김단희와 교유한 명서화가들의 작품, 즉 김단희의 소장품 9점으로 채워진다. 아버지 김충현이 당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유했고, 딸 김단희도 서예가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기에 자연스럽게 당대의 예술가들과 밀접하게 교류할 수 있었다.

 

김용진과 노수현의 혼례 축하 그림, 이상범과 변관식, 부친과 친분이 두터운 장우성 그리고 박노수, 이영찬, 홍석창, 이미경의 서화는 미술계에서 김단희의 폭넓은 교유관계를 보여준다. 김단희의 소장품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당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은 관람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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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희 · 난초 · 42.4×34.9cm · 2006


이 전시는 김단희가 선조의 얼을 되살리고 자신의 예술을 정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전시를 통해 그의 예술이 제대로 조명되고, 그 결과 서단에서 그의 위상이 아버지처럼 견고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2021. 5. 3
자료제공 : 정현숙 (원광대학교 연구교수) / 글씨21

 

 

<전시정보>

김충현 탄신 100주년 기념

일중 김충현 경후 김단희, 아버지와 딸

전시기간 : 2021. 5. 6() ~ 5. 12()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1,2

개막식 : 2021.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