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씨21기획, 일백헌 주최 작가지원 공모 결과발표
2020년 글씨21기획, 일백헌 주최 작가지원 공모 결과발표 글씨21에서 기획하고 일백헌 화랑에서 주최한 2020년 서,화,각 부분 작가지원 프로젝트의 공모 결과가 발표 되었다. 지원 작가는 총 38명이었고. 그 중 4명의 작가가 최종 선발되었다. 서예, 캘리그라피, 전각, 문인화 분야로 공모하였다.본 공모는 포토폴리오 10점 이상 제출. 온라인 심사로 채점 진행하였고 채점 결과 김백녕, 이길원, 이은경, 이재숙이 최종 선발되었다. 이번에 선발된 4명의 작가는 2020년 북촌에 위치한 한옥갤러리 ‘일백헌’ 에서 일주일 씩 개인전을 열게된다. 전통서화 및 전각, 캘리분야에서 전문 화랑을 통한 초대개인전은 드문 일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글씨와 문인화 분야에 더욱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심사는 각 심사위원의 채첨을 통합하여 환산하였고 이에 따라 위 4명의 작가가 선발되었다.심사위원으로는 전진원, 이종선, 이일구, 강병인, 장지훈, 김건표, 이상태 선생이 각각 수고해 주셨다. 선발 작가는 아래와 같다. [선발작가]출품작. 부분선정작가 이길원출품작. 부분선정작가 김백녕출품작. 부분선정작가 이은경출품작. 부분선정작가 이재숙2019. 12. 27글씨21 편집실
성인근의 글씨를 읽다-8
유머의 풍격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학 시절 강의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무언가를 한창 설명하시던 선생님은 학생들을 향해 무언가를 질문했고, 질문의 의도를 이해한 우리는 유머랍시고 엉뚱한 답변을 하며 키득키득 웃었던 기억이다. 그런 태도가 못마땅하셨는지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일갈하셨다.\"얘들다, 웃음에도 격이 있단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만나고 싶은 사람보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날 때가 더 많다. 그런 만남들에서 어색함을 지우고 친근감을 보이기 위해 오가는 다소의 농담들이 있는데, 이런 농담들 속에는 그 사람의 유머감각은 물론, 성향과 속내까지 고스란히 숨어있다. 대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아저씨들의 구수한 농담들이지만, 어떤 경우는 당장이라도 귀를 씻고 싶은 떄도 없지 않다. 유머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의 특권이며, 정말 좋은 유머에는 팍팍한 사람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나에게는 귀를 씻고 싶은 농담을 들었을 때 찾게 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명나라의 팔대산인과 중국 근대의 제백석, 한국의 장욱진, 일본의 료칸 등이다. 이들이 남겨놓은 작품들에는 유머와 해학의 미학이 공통적으로 녹아있다. 나는 이들의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며 귀를 씻고 싶은 기분을 해소할 때가 많다. 료칸의 동상, 니가타현 이즈모자키 일본의 에도시대를 살다 간 선승 료칸(良寬, 1758~1831)의 짧은 일화는 유머의 풍격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료칸은 지금도 도겐(道元, 1200~1253), 하쿠인(白隱, 1685~1768)과 함께 일본 3대 선승의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다. 료칸은 다른 두 선승과 달리 은둔과 걸식의 생을 살았고, 승려이면서도 설법을 하지 않았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하이쿠(俳句)를 위시한 시, 서예, 그림이 여럿 전한다. 하루는 그가 살던 지방의 번주(藩主)가 료칸을 초대하기 위해 심부름꾼을 보냈다. 때마침 그는 탁발을 하러 나가고 없었고, 심부름꾼은 기다리는 동안 암자 주위의 무성한 잡초를 뽑고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놓았다. 이윽고 돌아온 료칸은 주위를 돌아보며 탄식했다. \"풀을 다 뽑아 버렸으니이제는 풀벌레 소리도 듣지 못하겠네.\" 심부름꾼이 돌아가 료칸의 궁핍한 생활을 전하자 번주는 다시 선사를 경제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전하게 했다. 이에 료칸은 다음과 같은 하이쿠로 답하며 사양했다.\"땔 정도의 낙엽을 바람이 가져다주네.\" 良寬, 天上大風 良寬, 敬上憐下 살아가다 보면 호의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진 번주는 료칸과 같은 선승을 주위에 두고 싶었을 테지만, 청빈과 고행으로 일관하며 자연과 하나 되고자 했던 료칸을 이해하지 못한 제안이었다. 이런 제안은 어쩌면 호의를 가장한 거래에 가까울지 모른다. 호의이건 거래이건 세상의 관계는 서로를 구속할 여지가 다분함을 알기에 료칸은 이를 거절해야만 했다. 그러나 거절에도 예의가 필요한 법, 그는 예의 없지도 구차하지도 않은 문학적 유머를 택했다. \"호의는 고맙습니다만,땔감 정도의 낙엽은바람이 가져다주니 불편하지 않습니다.\" 성인근 ․ 본지 편집주간
제8회 대한민국캘리그래피대전 심사결과 발표
제 8회 대한민국캘리그래피대전 창의적인 캘리그라피 작품을 선정하고 다양한 작가를 발굴하고 있는 캘리그래피 대전의 제8회 심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제8회 캘리그래피대전 심사현장사)광주서예협회가 주최하고 광주광역시가 후원하는 이번 대한민국캘리그래피대전은 나보현시 작품 “눈꽃바람”이 대상으로 최우수상에는 서예 강맹순씨 “下心” 우수상에는 김은옥“꽃” 이명숙“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현정 “발아곡물” 전길현 “곡구춘잔”이 선정되었으며 총 532점 출품 특선53점 입선264점이 선정되었으며 오는 6월10~14일 까지 광주 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전시한다.제8회 캘리그래피대전_대상_나보현대한민국캘리그래피 대전을 이끌어 나가는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운영위원장 : 서재경운영위원 : 김명석 김성숙 최현옥심사위원장 : 정현식심사위원 : 민영순 명천식 박정명 윤명희 오장순 이경례 이선경 정해영 지미정 전찬덕 최민숙 [입상자 명단]대상 : 나보현(눈꽃 바람)최우수상 : 강맹순(하심)우수상 : 김은옥, 이명숙, 이현정, 전길현(4명) 특별상 : 김봉균, 김수경, 김수례, 김종선, 배호봉, 백혜순, 신강균, 이다운, 이주희, 전혜순(10명)특선 : 강현희, 고재완, 고지운, 김본경, 김선경, 김선희, 김솔, 김수연, 김수현, 김양현, 김영순, 김영철, 김정숙, 김정인, 김지운, 김지혜, 김형식, 김효은, 나해윤, 류시현, 맹순희, 문채용, 박은미, 박종남, 박진영, 박호정, 배영희, 백난희, 서선향, 선영, 손혜진, 신유리, 안병호, 양미라, 양은옥, 오남미, 유초원, 이승완, 이유진, 이은지,이현정, 이현주, 이화, 임경미, 장미라, 장은영, 정지민, 조순복, 조영진, 조현서, 차재덕, 채창희, 최혜진(53명) 입선 : 강미선, 강성거, 강유미, 강현희, 고수인, 고아름, 고아름, 곽미례, 국진숙, 권기매, 권기매, 권선미, 권선미, 김경희, 김경희, 김다혜, 김다혜, 김도유, 김도유, 김미경, 김미경, 김미경, 김미라, 김미선, 김미선, 김민자, 김민자, 김민점, 김민정, 김바다, 김복희, 김선희, 김성경, 김성경, 김 솔, 김수강, 김수연, 김수현, 김숙희, 김숙희, 김아름, 김애린, 김애린, 김양현, 김연숙, 김연순, 김연순, 김영철, 김영헌, 김영헌, 김영휘, 김용숙, 김원아, 김유정, 김유정, 김윤수, 김은미, 김은솔, 김은옥, 김재흥, 김정숙, 김정숙, 김정인, 김지운, 김지현, 김지혜, 김지혜, 김철호, 김하늘, 김행연, 김현옥, 김현옥, 김혜미, 김혜미, 김혜숙, 김효은, 김효정, 김효정, 김희옥, 류주현, 류희정, 문경숙, 문경숙, 문인숙, 문인숙, 문진의, 문진의, 문채용, 문해랑, 박금자, 박금자, 박금주, 박금주, 박미정, 박서경, 박서경, 박선미, 박선미, 박선호, 박세영, 박수미, 박수미, 박순옥, 박순옥, 박여주, 박여주, 박영재, 박유진, 박은미, 박의천, 박이화, 박이화, 박종남, 박진영, 박한숙, 박한숙, 박현수, 박호정,박희숙, 배영희, 배유미, 배호봉, 백귀선, 백난희, 백상미, 백상옥, 백상옥, 백윤지, 백윤지, 백혜순, 변미영, 변미영, 변수정, 봉아영,봉아영, 부희경, 서선향, 서오순, 선 영, 선 영, 손영숙, 손혜진, 손혜진, 송영록, 송왕의, 송윤희, 송윤희, 승윤경, 승윤경, 신미혜, 신서영, 신유리, 신윤정, 신희숙, 신희숙, 심유정, 심유정, 안병호, 양미애, 양민도, 양병구, 양은옥, 양지수, 양현정, 오병희, 오세원, 오재영, 오재영, 유가영, 유가영, 유복희, 유수정, 윤은심, 윤진경, 윤진덕, 윤희성, 윤희성, 이경희, 이명숙, 이상준, 이소정, 이순남, 이순정, 이승완, 이영순, 이영순, 이영희, 이영희, 이영희, 이우정, 이유진, 이은아, 이은지, 이재선, 이정연, 이정연, 이정현, 이정현, 이종룡, 이종룡, 이종룡, 이주희, 이진숙, 이혜림, 이혜림, 이 화, 이 화, 임경미, 임문희, 임채규, 전재간, 장수영, 장수영, 장예원, 장은영, 장은주, 전성문, 정달용, 정미라, 정미아, 정미형, 정미형, 정옥정, 정옥정, 정윤화, 정윤화, 정은정, 정은정, 정종령, 정지민, 조성화, 조순복, 조아랑, 조영진, 조인형, 조인형, 조현서, 조호순, 조호순, 조홍승, 조홍승, 좌미숙, 주정자, 주정자, 주정희, 지민정, 지일옥, 진현경, 차상영, 차상영, 차재덕, 채창희, 최성휴, 최수정, 최수정, 최은영, 최혜진, 한상빈, 한향미, 허다경, 허진강, 허진강,홍성욱, 황경희(264점)글씨21 편집실
간판, 캘리를 만나다
거리의 얼굴, 캘리를 입다.한국은 물론 일본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캘리그라피 간판 내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관광객으로 언제나 북적이는 명동거리다. 프렌차이즈는 물론 각 상권의 디지털 폰트로 이루어진 간판들은 그들을 유혹하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게, 보다 화려하고 크게, 각자의 얼굴을 들이 밀고 있다. 어떠한 교집합도 없이 존재하는 이 상권들의 간판이 과연 행인들에게 조화롭게 다가오는가. 이는 마치 시선의 전쟁터 같다. 명동거리의 간판 > - 출처: SP 투데이 도시환경에 있어서 간판은 그 도시의 첫 인상과도 같으며, 고유의 분위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상점을 지시하는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도시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좌지우지하는 미적인 측면까지 갖추어야 한다. 거리 속 행인들은 간판디자인을 통해 도시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거리문화에 대한 관심과 안목을 높인다. 그러므로 도시환경의 개선은 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민들에게 더욱 쾌적하고 보다나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로수길, 상수, 서촌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의 간판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간판 ‘앵두꽃’ - 출처: https://www.instagram.com/kiki_joohee ‘앵두꽃’은 서울 종로구 서촌 뒷골목 붉은 벽돌집 1층에 자리 잡은 전통주점이다. 진회색 바탕에 붉은색 색채를 사용하여 쓴 캘리그라피가 지나가는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감성적인 서체를 사용하여 시각적, 심미적으로 개성 있는 차별화된 간판이다. 이 간판은 올해 ‘서울 좋은 간판 공모전’에서 좋은 간판 부문 대상을 받았다. 간판 ‘아재’ - 출처: https://www.instagram.com/mr_nove11
박선영의 <캘리그래피 천일야화> 01
캘리그라피? 캘리그래피디자인? 멋글씨? 손멋글씨?지금까지 별다른 의심없이 써왔던 \'캘리그래피(calligraphy)\'라는 용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캘리그라피\'가 아닌 \'캘리그래피\'로 표기해야 한다)캘리그래피에 대한 개념은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조금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인간이 사회를 이룩한 이래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고안된 형상을 손으로 쓰는 행위를 지칭하며, 문자를 가진 모든 문명권에서 공통된 예술로서 존재한다. (다양한 느낌의 손글씨 표현들) 최근 한국의 디자인계와 문화산업 여러 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캘리그래피적 표현의 양상은 이성적이고 기하학적인 기능주의 디자인과는 그 표현이나 접근방식이 다르며, 우리의 미적 정서와 일정 부분 합치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멋과 미가 자연과의 조화라고 생각해 볼 때 캘리그래피의 자연스러운 표현과 일맥상통해 있으며, 기계적이고 기하학적인 서양의 모더니즘과 달리 친근하고 부드럽다는 점과 어딘지 불규칙한 형태를 취한다는 데에 그 매력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일반대중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근감을 준다.서구에서 이식된 디자인표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한국적 디자인을 창출해 내기 위한 한 분야로서 캘리그래피적 표현은 좋은 시도가 될 만하다. 캘리그래피적 표현은 영화와 TV 타이틀, 광고, 편집물, 패키지, 서체, 간판, 각종 로고타입 등 우리의 생활과 시각문화 전반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픽테토스의 경구에 따라 그리스어로 쓴 클로드 메디아 빌라의 캘리그래피 작품(프랑스)여기서 국내 디자인에 나타나는 캘리그래피적인 손글씨의 개념과 범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캘리그래피적인 손글씨라고 하면 손으로 쓰는 필기체를 떠올리거나 붓글씨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 개념을 엄밀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캘리그래피의 개념을 좀 더 명확히 정리하자면 ‘컴퓨터에서 개발한 일반 서체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손으로 직접 만들고 디자인한 모든 형태의 글씨’를 포함한다. 덧붙여서 현존하는 글꼴을 만지고, 다듬어서 새로운 인상을 나타내는 방식까지도 포괄할 수 있다.이규복 작가는 <캘리그라피(2008)>라는 책에서 calligraphy의 정의를 \"캘리그라피는 문자를 매개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적극적 해석을 유도케 함으로써 단지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미지화하여 보여질 수 있도록 하는 현대 조형 예술의 하나\"라고도 했다. 피터 길더 달의 캘리그래피 작품(뉴질랜드)- 캘리그래피적인 표현의 우리식 용어 정립이 필요한가?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쓰임새의 확장성에 기여한다는 캘리그래피적인 작업이 우리식의 용어 없이 서양의 비슷한 단어를 무비판적으로 쓰는 것을 두고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캘리그래피적인 작업이 한글에만 적용되는 사안도 아닌데 과연 한국적인 용어로 바꾸어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한글 타이포그래피로 유명한 안상수교수가 제안한 ‘디자인’의 우리식 용어 제안인 ‘멋지음’으로 일시에 바꾸기는 어렵듯이 캘리그래피라는 용어가 퍼진 상태에서 어떤 특정한 단어로 바꾸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논의를 통해 점점 확대되는 캘리그래피의 외연에 대한 경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캘리그래피가 유행을 넘어 스스로의 자리매김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우리안에서 존재를 규명하고 용어를 정리해 보는 것은 유용해 보인다.캘리그래피라는 서양식 용어를 빌려 오기 전에 디자인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캘리그래피적인 표현을 우리나라 중심에서 우리의 시각 문화로 논의하고 용어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하겠다. 용어나 말을 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생각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관념과 의식의 표현이며 존재를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만 라드의 이슬람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포스터문자 조형과 창제에 있어 자주적 의도를 가진 한글이기에 오늘날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캘리그래피란 서구식 용어를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그 차이는 꽤 크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 ‘캘리그라피’, ‘캘리그래피’, ‘캘리그래피디자인’, ‘캘리디자인’ ‘손글씨’ 등으로 제각각 부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정해 제대로 표현한 용어는 아직 없다.손으로 써서 글자에 멋을 의도적으로 더했다는 의미로 작고하신 김진평 교수는 『한글의 글자표현』(1983, 미진사)에서 \'손멋글씨\'라 정리하기도 했고, 월간 디자인넷이 2003년에 주최한 좌담회에서는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새로운 경향을 \'솜씨체\'라 제안한 바도 있다.여기서 말하는 ‘솜씨체’란 손으로 직접 쓴 글씨체이면서 글자에 표정을 부여하고 목소리를 끌어내는 등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기계적인 것의 상대적인 개념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 외의 의견으로는 ‘멋글씨’, ‘멋짓글씨’, ‘감성글씨’, ‘마음글씨’, ‘표정체’, ‘상업서예’, ‘상업글씨’ 등이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상업서도’, ‘디자인서도’ 등으로 불리고 있다. 홍콩의 디자이너 칸타이킁의 포스터좀 더 문헌을 살펴보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글꼴개발연구원의 『한글글꼴용어사전』(2011)에서는 \'손 멋 글씨\'를 <기계적 도구를 쓰지 않고 손으로 자유롭게 맵시를 나타낸 글자 표현. 손글씨의 개념보다 더 적극적인 조형 또는 디자인 개념을 강조한 글씨>라고 정의했다.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편찬한 『타이포그래피사전』(2012, 안그라픽스)에서는 \'손멋글씨(캘리그래피)\' 옆 괄호에 캘리그래피를 넣어 동의어로 정리했다.『한글디자인교과서』(2009, 안그라픽스)에서는 글씨(書)는 글자를 쓴 것으로 손멋글씨라고도 한다. 서예의 현대화 또는 실용서예 등 서예의 관점에서 다룬 것을 이야기하며, 한글디자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글씨를 그리는 것(레터링)이 아닌 쓰는 방법으로 한글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했다.필자 또한 고 김진평 교수가 제안한 \'손멋글씨\' 용어사용에 동의하는 바이며 캘리그래피라는 단어가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의 특수성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생각되어 논문명에도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2005, 건국대디자인대학원, 박선영)라고 두 용어를 병기하였다. 먹의 번짐과 공간미가 돋보이는 중국의 현대서예 작품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에서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의 다듬은 말고 \'멋글씨\' 또는 \'멋글씨 예술\'을 선정하였다.(2012.07) 국립국어원은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성 등을 검토해 만든 것이라 하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다듬기’ 홈페이지에서는 누리꾼의 추천을 받아 \'이모티콘\'을 \'그림말\', \'웹진\'을 \'누리잡지\', \'세꼬시\'를 \'뼈째회\', \'젠트리피케이션\'은 \'둥지내몰림\'처럼 다듬고 싶은 말을 한글로 순화해 추천하는 곳이라, 선정과정에서 어색한 표현도 있고 어감상 적합하다고 볼 수 없는 순화어 추천일 때도 있다.물론 \'리플\'을 \'댓글\', ‘피싱’을 ‘전자금융사기’로 추천한 것처럼 비교적 널리 쓰이는 용어도 있다. 마뜩잖은 것은 멋글씨냐? 손멋글씨냐?의 적합성 문제가 아니라, 기존에 유사한 대체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문가들과 업계의 의견이 빠진 채 타자에 의해 정해지고 발표되어 혼란을 준다는 점이다. 일부 작가들 또한 국립국어원이라는 권위에 기대어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되지도 않은 이벤트 형식의 순화용어 권장사항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 사용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문헌과 역사적인 맥락을 살피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국립국어원 홈페이지 게시판의 순화어 설명 아래에는 ‘손’자가 빠지면서 기계로 찍은 인쇄 활자체도 멋지면 ‘멋글씨’라고 할 수 있지않냐는 반론도 있었다. 신영복의 처음처럼 서화캘리그래피를 서예 쪽에서는 동북아 한, 중, 일(서예(書藝), 서법(書法), 서도(書道))의 통합적인 용어로 書를 이야기하며 큰 틀에서 書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서예\'의 영문표기가 \'Calligraphy\'이기 때문에 구분을 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현상 그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는 세분화가 필요하고 달라야 할 것이다.\'서예\'를 서양의 캘리그래피나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캘리그래피 성황과 구분하기 위해 \'East Asian Calligraphy\'나 \'Chinese Calligraphy\'로 번역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우리만의 \'Seoye(서예)\'로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듯이 말이다.또한, 서예과의 이름이나 서예 행위를 \'서예문자예술\', \'문자조형예술\'이라 하기도 하듯이 특정 분야와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는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캘리그래피는 새로운 글씨체를 고안해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글자를 표현하고 콘셉트에 의한 표현을 한다는 점에서 동양의 전통서예와는 구분된다 할 것이다.가끔 일각에서 서예의 순수성만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현대의 캘리그래피는 분명 응용예술과 실용의 성격이 더 강한 것 아닌가? 사)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에서는 시각디자인의 한 분야로 캘리그래피분과를 두고 있다.또한, 서예단체와 디자인단체 공모전에서 캘리그래(라)피 분야를 포함해 진행하고 시상하며, 일반인 대상의 가벼운 손글씨 공모전도 심심치 않게 개최되고 있다.근래에는 서예와 디자인계뿐만 아니라 생활예술의 범주로 들어가기도 해서 백화점과 구청의 문화센터나 사설 문화예술단체에서도 캘리그라피 강좌와 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유행처럼 각 단체의 성격(서예, POP, 펜글씨)에 맞게 캘리그래(라)피 용어를 넣어 조어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영복의 처음처럼을 활용한 소주잔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에서는 우리식 표현에 대해 장기과제로 논의 중이며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디자인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현재 캘리그래피디자인 교육기관에서는 \'캘리그라피\', \'캘리그래피디자인\', \'손글씨\', \'멋글씨\', \'손멋글씨\', \'감성 캘리그라피\', \'감성글씨\' 등의 용어를 각자 혼용해서 사용한다.자신의 특성에 맞게 각자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용어가 길다는 이유로 \'캘리\'라는 정체불명의 약어로는 안 불렸으면 좋겠다. 최소한 글자로 표기할 때는 전체용어를 써줘야 하지 않을까? 아래의 캘리그래피 정의에서도 나오듯이 \'캘리(Calli)\'는 \'아름다운\'이라는 접두사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는 간단하고도 명확하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칼로스(κάλλος, kállos)’와 ‘글쓰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그라페(γραφή graphẽ)’에서 비롯된 합성어로서, 아름다운 필적(筆跡), 달필(達筆), 능서(能書, Beautiful handwriting, Finepenmanship)를 의미한다. 우리말로 다시 해석하면 서법(書法)이나 서예(書藝)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캘리그래피를 곧 서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한 영어 표현은 펜맨쉽(Penmanship)이라고 따로 있다. Penmanship(서예)은 글자를 쓰는데 작가가 법칙을 가지고 문자를 예술화시킨 글씨를 뜻한다.또한, 서양에서 손으로 쓴 글씨체는 장식적 흘림체인 캘리그래피나 스크립트(script) 이외에도 거칠게 휘갈겨 쓴 Scrawl, 긁어내고 끌로 파낸 것 같은 Scratch, 장식적이고 디지털 타입을 손으로 모사한 Simulate, 글자에 입체감과 생명감을 넣어주는 Shadow 글씨체 등 다양한 기법에 따라 세분화해 불리기도 한다.서양과 동양의 캘리그래피는 필기구를 포함한 문자의 여건이 다르므로 서양의 캘리그래피를 라틴(영문)캘리그래피라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이슬람 캘리그래피를 터키에서는 자신들의 언어인 ‘하트(Hat)’라고 부르듯이 범용으로 사용하는 캘리그래피라는 단어와는 별개로 우리의 생각이 들어간 우리만의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문자를 이미지화한 작업, 데이비드 카슨의 레이건 잡지 표지- 순수서예와 상업서예의 차이, 캘리그래피디자인은 무엇인가? 서예는 글씨로 표현하는 시각예술이자 문자를 소재로 하는 순수 조형예술이다.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 또는 이상을 서예로 표현하기에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다. 본래 서예의 역사는 한자를 대상으로 하던 시대부터 시작되었고, 그 당시 글 쓰는 도구가 붓이었으므로 붓글씨라고 별칭을 가지게 되었다. 한자는 기본적으로 상형문자의 원형을 그대로 지녀왔고 붓과 먹, 종이를 통해서 나타나는 글씨는 그 자체가 조형적인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자문화권에서는 일찍이 한자를 예술적 감상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우리의 고유 문자인 한글이 탄생한 것은 15세기에 들어서이고, 당시로는 그것이 심미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예 하면 먼저 한자를 떠올리게 되고 붓글씨를 대표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당연하다. 분명한 것은 현재 디자인 현장에서 활발하게 작업 되는 글씨들은 서예나 붓글씨의 개념과 범주와는 엄연히 다르게 구분되어야 한다. 캘리그래피디자인은 단지 글자를 쓰는 그 자체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디자인 의도에 따라 콘셉트에 맞는 글자를 얻기 위해 다양한 필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캘리그래피디자인을 붓글씨 또는 서예의 개념으로 인식하면 범주와 미학적 측면에서 오류를 범하게 된다. 순수서예와 상업서예의 차이는 예술성이나 조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에 있다 하겠다. 순수서예도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변형되거나 응용되어 쓰였다면 상업서예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상업서예는 가독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캘리그래피디자인은 서예가 아닌 손글씨와 활자 이외의 글씨 작업을 포함하게 되어 더 범위가 넓어졌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캘리그래피적인 표현의 손글씨들을 캘리그래피로 뭉뚱그려 부르다 보니 서예의 영문명 Calligraphy와 같아 혼동이 올 수 있다. 그나마 뒤에 디자인을 붙여 캘리그래피디자인이라고 명명함으로써 혼동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실생활에서는 캘리그래피 혹은 캘리로 줄여 부르기 때문에 전통 서예의 영문명인 Calligraphy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활자에 이미지성을 부여한 네빌 브로디의 폰트샵 포스터디지털 시대 이후 새롭게 주목받은 캘리그래피는 활자가 기계의 한계를 넘어 다시 손의 세계로 회복되었고, 그 결과 ‘촉각성’까지 획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캘리그래피디자인을 영향력 있는 새로운 스타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측면도 있다. 그에 대한 견해나 입장보다는 이런 작업이 가능하게 된 정황적 근거를 살펴보자면,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던져준 중요한 인식의 변화 중 하나는 활자의 이미지성을 파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활자는 전달의 기능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그러므로 활자 한 자 한 자 낱자가 지닌 조형성이나 미학적인 가능성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은 활자 낱자에도 이미지성을 부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달에만 전념했던 언어 본래의 목적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우리 문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캘리그래피디자인은 바로 이런 활자에 대한 이미지성의 표현이라는 맥락에서도 파악될 수 있다. 글자 하나하나가 지니고 있는 표정과 목소리를 조절하고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캘리그래피 디자인을 단지 기계 미학에 저항하는 손의 촉각성 회복이라는 대립적인 입장으로 파악할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새롭게 인식하게 된 활자의 이미지성에 대한 탐색과 실험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이전의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함께 이 둘의 장점을 합쳐 표현의 범위를 더욱 새롭게 확장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 여태명의 작품 쉼(한국) 우리나라의 캘리그래피적인 손글씨는 서예에 기반을 두고 출발하긴 했으나 디자인과 문화로 범위를 넓혀 활자 이외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디자인한 모든 형태의 글씨를 포함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문자의 시각적인 이미지의 역할 확대,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의 발달, 기계 미학에 저항하는 손의 촉각성 회복, 동양적 감성과 미적 정서에 맞는 표현, 모필 문화의 전통, 한글에 대한 조형의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배경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파주타이포그래피학교의 날개 안상수는 “말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며, 말은 그 자체로 이미 어떤 생각을 포괄하고 있고, 우리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 또한 언어”라 했다.현시대에 캘리그래피라는 단어 또한 어떤 생각과 뜻이 들어가 있는지 우리만의 해석으로 정의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용어와 그 정의를 작가와 사용자들의 생각과 존재가 들어가 있는 우리만의 용어로 의논하고 재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앞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박선영(야림) 그래픽디자이너, 캘리그래퍼현 996크리에이티브랩 소
성인근의 글씨를 읽다-9
버려지는 글씨들 1.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동네 산책에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주택가까지 느린 걸음으로 걷다보니 그간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앞을 지나간다. 여기에 이런 나무가 있었나 싶기도 했고, 한동안 잘 다녔던 식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호프집으로 바뀌었다. 날씨가 꾸물꾸물 했지만 첫눈 비슷한 게 내릴 줄은 몰랐다. 눈이라기엔 차라리 싸라기에 가까워 이걸 첫눈으로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생각하며 옷에 붙은 모자를 뒤집어썼다. 그렇게 실눈으로 몇 분을 또 걷는데 불편한 시야 사이로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담벼락에 기대 서있는 그 액자는 세로 2분의 1지 크기로 생활쓰레기와 함께 싸라기를 맞고 있었다. 쓰레기의 종류와 양을 언뜻 보니 이사 간 집에서 불필요한 짐과 함께 버리고 간 액자임이 분명했다. 거기에는 ‘덕숭업광(德崇業廣)’이란 글자가 초서로 쓰여 있었고, 작가의 호와 인장까지 찍혀 있었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글씨의 획은 두툼했고 활달했으나, 그렇다고 미술시장에 내놓기는 뭣한 그런 글씨였다. 이 작품은 왜 이런 날씨에 싸라기를 맞고 있는 신세가 되었나. 아마도 그랬을 꺼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필재가 있다는 칭찬을 주위로부터 들었을 테고, 백일장에 나가 큰 상도 거머쥐었을 꺼다. 어른이 되어서도 필방에 다니는 일을 즐겨했을 테고, 공모전에서 패배의 쓴맛도 당선의 단맛도 맛봤을 꺼다. 서예를 직업으로 삼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에 글씨 잘 쓰는 사람으로 인정은 받았을 꺼다. 친지나 지인으로부터 글씨 한 장 써달라는 부탁을 적지 않게 받았을 테고, 아마도 인정으로 대했을 꺼다. 2. 첫눈 비슷한 게 온 며칠 후, 친척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86세의 어른은 오랜 병고로 병원에 누워계시던 터라 다들 짐작하고 있었던 듯 그리 애통한 분위기는 없었다. 오히려 살아남은 친지들이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도 예를 갖춘 후 친지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워낙 오랜만에 만난 분들도 있는 터라 생활과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쉽게 말을 꺼내기도 애매한 자리이다. 이런 자리에서는 차라리 근황보다는 옛 이야기를 나누는 게 상책일지 모른다. 그렇게 애매한 시간 속에서 우리 세대의 맏형 격인 사촌형이 나를 지칭하며 이야기한다. “자네가 어려서부터 글씨를 잘 썼지, 요즘도 계속 쓰고 있는가?”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사촌형이 나를 기억하는 코드로 서예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아니요, 요즘은 글씨 쓸 시간이 별로 없어서...” 내가 서예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준 것에 나름 고마움을 느끼며 솔직하게 답했다. “에이, 그래도 그 실력이 어디 가겠나. 말 나온 김에 우리 회사 내 방에 걸 글씨 하나 써주게, 표구는 내가 할께.” 사촌형은 말이 끝나자마자 앞에 놓인 휴지 하나를 쑥 뽑더니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볼펜을 꺼내 이렇게 썼다. ‘勤者必成, 부지런한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현대 정주영 회장이 좋아하던 글귀라는 말을 곁들이며 내 앞으로 쓱 내민다. 나는 그 상투적인 글귀가 적힌 휴지를 받아들며 며칠 전 싸라기를 맞고 있던 축축한 액자를 떠올렸다. 혈연이란 참 어렵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만남이라면 정중하게 거절했을 테지만, 혈연이란 이유로 나는 그 휴지를 받아들고 승낙을 해버렸다. 아니, 승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명(受命)에 가까웠다. 우리 시대의 서예란, 서예가란 무엇인가라는 결론 안 나는 생각이 며칠간 내 머릿속을 떠다녔고, 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숙제와도 같은 네 글자를 써냈다. 그리고 내일 이 글씨를 이런 메모와 함께 우편으로 보낼 생각이다. “표구하지 않고 간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7. 11. 30성인근 ․ 본지 편집주간
서울신문 - 서예·캘리그래피 담은 국내유일 웹매거진 ‘글씨21’ 창간
기사원문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307500130출처 서울신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캘리그라피 기반으로 한 창업 아이템을 선보인 k-letter팀 최종 선정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원장 오광성, 이하 진흥원)은 지난 2016년 12월 20일부터 2017「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창업자(팀)을 모집하였다. 2011년 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6년간 총 2,262개의 창업팀이 전국 곳곳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의 싹을 틔워왔다. 사회적기업 창업자(팀)을 육성할 수 있는 전국 21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위탁운영기관의 우수한 창업지원 인프라(지원인력·공간·네트워크 등)를 활용하여, 창업팀이 보유한 혁신적인 사회적기업 창업아이템의 사업화(창업자금, 공간, 교육·멘토링 등)를 지원한다. 본 사업에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회적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다양한 창업자(팀)이 지원하였다. 이에 소셜미션, 사회적기업가적 자질, 창의적인 창업아이템, 사업실현 가능성, 기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캘리그라피 폰트로 사업계획서를 선보인 황호인(k-letter팀)이 최종 선정되었다.황호인(팀k-letter) - 경기대 서예·문자예술학과 졸오광성 진흥원장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곳곳에 숨어있는 역량 있는 미래의 사회적기업가들이 발굴되고, 그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산 황호인(팀k-letter) 글씨21편집실자료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남전 원중식 선생 유작전
평창동계올림픽개최기념“화합의 울림 - 和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여 진부령미술관에서 초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남전 원중식 선생이 생전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쓴 작품이 발굴되어 이번 전시를 더욱 뜻 깊게 하였다. 춘화추실(春花秋實) 138×68, 2007남전 원중식 선생 타계(2013. 7. 27) 이후 2014년 인천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내 고장 명인 초대전 - 뿌리 깊은 나무” 유작전과 2016년 예술의전당 “遊於藝-예에 노닐다” 유작전 & 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타계 1주기에는 고향인 인천지역 소장자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였고, 3주기 전시에서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작품들을 두루 발굴·수집하여 총망라한 대규모 유작전이었다. 청신박소련(淸新樸素聯) 35×139×2, 2009이번 진부령미술관 초대전은 타계 5주기를 맞아 남전 선생이 중년 이후 타계하실 때까지 줄곧 강원도에 거주하며 활동하시던 때의 작품들로, 인제군 마산과 속초시 및 고성군 화진포 거주시기의 작품과 강원도 산수의 아름다움을 내용으로 쓴 작품 중 150여 점을 선정하여 전시하게 된다. 신사독행(愼思篤行) 134×33 2008남전 원중식 선생은 서울대학교 농학과 수학 졸업, 검여 유희강 선생에게 사사, 서울시립대학교 및 서울시에 재직한 바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 심사위원, 동아미술제, 무등미술제, 청년작가전(예술의전당) 등에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시계연서회(柴溪硏書會) 명예회장, 예술의전당 자문위원, 경동대학교 석좌교수 겸 문화원장, 한국전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풍정조명구(風定鳥鳴句) 34×39 2010남전 원중식 선생무술년 새해를 맞이하며 진부령 정상에서 남전 원중식 선생께서 남긴 예술작품을 만끽하고 다복한 한해를 맞이하길 기원한다. 또한 본 전시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으로써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인류평화 및 화합에 기여하길 바란다. 전시는 1월 16일부터 3월 31일까지. 2017. 12. 21김지수 기자
원로에게 길을 묻다 _ 송천 정하건
몇 해 전 팔순 기념 전시를 개최한 서예가 송천 정하건(1935生, 號 : 松泉, 솔샘) 선생은 한국 서단의 원로 서예가이다.청년시절 법학을 전공한 송천 정하건 선생은 어린 시절 가학으로 한문을 배웠다. 이후 애국심으로 나라를 보국하기 위한 길로 서예를 택하게 된다. 서예에 전념 전력을 쏟아 일생을 달려온 그의 서예의 길에는 강한 집념이 보이지만 그것이 모나지 않으며 강한 듯 여유로운 필체를 구사하는 송천 선생의 필체를 닮았다. 李舜臣將軍詩 陣中吟 70x144 선생의 서예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자택은 서예박물관 그 자체를 방불케 했다. 어딘가 옛 정취가 묻어나는 대문을 넘어서면 넓은 마당엔 크고 작은 수석들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선 후 송천 선생의 서재가 있는 3층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오르는 걸음마다에 정하건 선생의 숨결이 녹아있는 듯 포근했다.守道.擇交 18x33 선생께서 귀하게 소장한 작품을 소개할 때면 천진하고 상기된 목소리로 작품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추사, 표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수 허목의 글씨까지 하나하나 귀중하게 보관하고 감상한다는 그의 말에서 서예를 얼마나 아끼고 승사(承事)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서예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송천 선생의 말씀처럼 그의 일생에는 서예라는 큰 둘레 안에서 무한히 정하건 선생은 반복하여 학습할 것을 강조했으며, 서예를 잘 모른다고 할지라도 우선 많이 보고, 관심을 갖기를 간절히 말씀하였다.千忍一聲 32x108李斗熙先生句 35x135x2 송천 정하건 선생은 고고하고 웅장한 해서에 육조체를 기본으로 하여 전, 예, 행초를 두루 섭렵하였으며, 서예를 통해 전통을 계승하여 보국의 길을 이어가고자 했던 그의 따뜻한 마음은 현재까지 이어져 후학들에게 큰 모범이 되고 있다. 2017. 12. 21인터뷰 김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