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거나 튀지 않고 묵묵히 성실한 삶을 살라며 이응백 교수(서울대 명예교수1923~2010)께서 초민(艸民)’이라는 호를 지어주셨다고 한다. 실제로 초민 박용설은 서예인생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어둠속에서 영롱한 빛을 내는 반딧불처럼 빛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실제로 발열 없이 빛나는 반딧불이 아닌, 태양과도 같은 빛이었다. 그 빛을 조명하여 초민 박용설의 서예인생과 교육철학에 대해 집중 인터뷰를 하고자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오는 11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앞두고 총망(悤忙)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할애해 주었다.
그는 ‘초민’이라는 호 말고도 ‘고윤실’이라는 당호가 하나 더 있다. 육당 최남선 선생님의 글을 보고 ‘옛것을 잘 이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보자’라는 뜻으로 지은 ‘고윤실’은 문자의 근본을 중시 여기는 초민 박용설의 뜻이 가득 담겨있다. 오늘날의 기형적인 획을 구사하는 서예나, 캘리그라피 작가들이 근본을 간과하고 만들어내는 문자의 오류들을 상기하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