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 위치한 보건소와 노인복지관이 함께 있는 건물 4~6층의 중정홀에 서예 설치작품이 설치되었다. 높이 12.5m, 폭4.5m의 기등에 설치된 작품은 ‘무극(無極)ENDLESSNESS’이라는 제목으로 작가는 서예가 이정(44)이다. 이정 作 - 무극(無極)ENDLESSNESS 幸, 福, 安, 樂, 大, 吉, 壽, 昌, 富, 貴, 榮, 華, 豊, 誠, 和, 合, 共, 喜 (행복과 복, 편안함과 즐거움, 길함, 장수, 부귀영화, 풍성함과 화합, 함께 즐거워함)
이정 작가는 2010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실험작들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전통 서예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도와 형태로 글자를 써 내려가는 작품들을 선보였고, 이후 ‘무극’이라는 실험적인 설치작품에 이르렀다. 천지만물(天地萬物)이 이룩되기 전,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된 하나의 기운을 태극(太極)이라 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무극(無極)이라고도 한다. 바로 이정 작가의 작품은 이 ‘무극’에서 시작된다. '무극(無極)ENDLESSNESS' 설치작업 중 모습
이정 작가의 작품설명을 보면, 무극의 ‘黑’의 상자에서 쏟아져 나오는 문자는 과거를 보여준다. 벽면의 기호, 부호 그리고 문자는 현재 시점을 말한다. 이 과거, 현재 문자들은 白의 상자에서 과거로 변한다. 이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근원적인 궁극적인 실체가 있듯이 무극은 곧 태극이 되고, 미래지향과도 맞물린다.
지상에서 12m의 높이에 설치된 ‘흑(黑)’의 상자에서 쏟아져 나오는 문자들은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형상을 가진다. 그리고 바닥에 설치된 백(白)의 상자에 쓰인 문자는 좋은 의미가 있는 문자들로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관람자로 하여금 기원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자 하였다. 20대 때 이미 서예계에서 서예가로서 이룰 수 있는 꿈들은 웬만큼 다 이뤘다고 전하는 이정 작가는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대학 시절 하루에 20시간씩 글씨를 써내며 전통서예에 대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작가는 그 한계를 뚫고 새로운 작업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고, 그 작업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글씨21에서 주최한 청년 정예작가 선발 공모전에 선발되어 2018년 2월 1일부터 7일까지 백악미술관에서 '청년 정예작가 초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2017. 12. 28 글씨21 편집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