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예술미학 산책』 지난 2015년 성균관대 출판부 40주면을 맞아 문학, 법학, 정치학, 건축한, 생명과학 등 각 분야 교수들이 참가한 ‘지(知)의회랑’ 기획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번에 그 첫 번째 결실로 책 4권으로 나왔다. 그 중 동양의 미학과 예술정신을 30년 넘게 연구해 온 조민환 성균관대 교수의 통찰력 있는 글이 실린 저서 ‘동양 예술미학 산책’을 주목할 만하다. ‘동양 예술미학 산책’에서는 조선과 중국의 문인사대부들의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이 과정에서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의 예술적 형상과 그를 빚어낸 예술적 언어, 그리고 그에 담긴 작가의 예술정신은 서로 동떨어진 채 이해될 수 없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을 재확인할 수 있다.
동양 문인사대부들의 은일(隱逸)의 세계관에 대한 심층 분석이 이 책의 본류가 되고, 유가와 도가미학으로 크게 나뉘는 동양의 미학관, 품론·임모론·인품론·서화이론 등의 예술론, 쇄락과 광기 등 동양예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키워드들, 그리고 한국의 전통미를 비롯해 서양과 다른 동양 예술미학의 고유함과 본질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미학과 그 예술정신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제1장에서는 동양미학과 예술정신에 관한 기존의 연구 방법론과 그 결과들을 정리하고, 아울러 시대 변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미적 인식들을 고찰한다. 제2장에서는 동양의 미학과 예술정신을 이해하는 초보적인 사유에 관해 ‘우주를 담으려는 의식’, ‘형(形)과 신(神)의 관계’, ‘마음을 담아내는 예술’, ‘시ㆍ서ㆍ화는 근원이 같다’는 차원에서 고찰한다. 제3장에서는 동양의 미학과 예술정신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두 가지 사유의 틀로서 유가의 중화(中和)미학과 도가의 광견(狂狷)미학을 설정하고, 실질적인 예술이론에서 두 사유의 방식이 어떤 차이점을 드러냈는지를 고찰한다. 중화미학과 광견미학은 다른 차원에서는 ‘우아한 것이 아름다운가’ 또는 ‘기이한 것이 아름다운가’라는 질문과 연관되는데, 제4장에서는 이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고찰한다.
제5장에서는 노장 예술정신의 핵심에 해당하는 ‘광기’가 실질적으로 예술창작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고찰한다. 제6장에서는 인간과 우주자연의 교감의 결과인 감응론이 서ㆍ화 및 음악이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특히 ‘상(象)’ 자를 중심으로 고찰한다. 동양예술에서는 품론을 통해 작가의 예술적 재능과 기교의 우열을 가렸는데, 제7장에서는 다양한 품론이 시ㆍ서ㆍ화 이론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고찰한다.
제8장에서는 시ㆍ서ㆍ화의 품격론은 전각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설정하면서, 문인전각에 나타난 품론에 대해 고찰한다. 동양예술에서는 기교의 최고 경지를 도(道)와 연계하여 이해하였는데, 제9장에서는 중국서화사에서 도와 기예가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이해되었는지 고찰한다. 동양의 바람직한 예술창작과 관련하여 장자가 말한 ‘해의반박(解依盤礴)’의 고사와 ‘포정해우(庖丁解牛)’의 고사가 거론되곤 하는데, 제10장에서는 이 고사의 의미가 실질적인 예술창작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고찰한다. 동양예술은 창작에 앞서 임모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제11장에서는 이 같이 임모를 중시하는 이유를 ‘법동(法同)’, ‘수동(手同)’, ‘심동(心同)’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동양예술에서는 모방행위가 예술창작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보는데, 제12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를 가능하게 했는지 고찰한다. 유가는 내면에 쌓인 긍정적인 덕의 기운이 외적 몸짓으로 드러난다는 일종의 ‘성중형외(誠中形外)’의 사유를 말하는데, 제13장에서는 이 같은 ‘성중형외’의 사유에 담긴 상덕(象德)미학을 고찰한다. 동양예술은 한 작가의 작품을 평가할 때 ‘인품(人品)’을 가장 우선시하는데, 제14장에서는 이런 점을 실제 예술가의 역사적 평가와 연계하여 이것이 갖는 의미를 고찰한다. 동양에서 ‘몸’은 단순한 살덩이가 아니라 정신이 그 안에 내재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제15장에서는 몸과 정신의 관계를 말한 신체미학이 철학의 변천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여주는지 주자학의 ‘수신(修身)’과 양명학의 ‘안신(安身)’의 사유에 적용하여 고찰한다.
유학에서는 경외(敬畏) 외에도 쇄락(灑落)의 경지를 추구하는데, 제16장에서는 증점(曾點)의 ‘욕기영귀(浴沂詠歸)’로 말해지는 쇄락적 사유가 실질적인 예술정신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고찰한다. 제17장에서는 중장통(仲長統)이 「락지론(樂志論)」을 통해 제시된 은일적 삶을 고찰한다. 제18장에서는 조선조 시ㆍ화에 나타난 은일적 삶을 규명하여 과거 유학자들이 어떠한 삶을 지향했는지 고찰한다. 제19장에서는 ‘피로사회’로 규정되는 오늘날, 동양의 은일사상이 어떤 효용성이 있는지 다루면서 과거 문인들이 지향한 은일적 삶의 현대적 효용성을 고찰한다. 제20장에서는 노장철학에 바탕을 둔 서화이론은 기공(氣功)에서 추구한 실질적인 수련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하여 서화이론과 기공의 상호연관성을 고찰한다. 제21장에서는 유학자들의 노년기의 삶의 공간에 중점을 두고, 이른바 ‘택여기인(宅如其人)’의 한 예로 거론할 수 있는 도산서당을 형세론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를 이황의 인품과 학식과 연계하여 고찰한다. 제22장에서는 한국 전통미의 특질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사유들을 유가사상과 도가사상에 적용하여 규명하되, 특히 도가사상 측면에서 자연미가 갖는 의미를 고찰한다. 제23장에서는 태극음양론이 조선조의 서화이론과 한글창제 원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고찰한다. 책 표지
이 책의 저자 조민환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산동사범대학 외국인 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도가ㆍ도교학회 회장, 도교문화학회 회장, 서예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국제유교연합회 이사,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인문학), 동양예술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철학연구회 논문상, 원곡 서예학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로 『중국철학과 예술정신』(1997), 『유학자들이 보는 노장철학(1998), 『노장철학으로 동아시아 문화를 읽는다』(2002)가 있으며, 『강좌 한국철학』(1995) 등 10여 권의 책을 함께 썼다. 옮긴 책으로는 『도덕지귀道德指歸』(2008), 『이서李漵 필결筆訣 역주』(2012), 『태현집주太玄集註』(2017) 등이 있다. 「노장의 미학사상 연구」, 「주역의 미학사상 연구」 등 130여 편의 학술논문들을 발표했으며, 평론가로서 서화잡지 등에도 쉼 없이 소논문과 평론들을 싣고 있다. 빼어난 그림과 글씨 그리고 이름 높은 유물과 유적들에는 항시 남다른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고 여기며, 동양예술과 동양철학 사이의 경계 허물기에 진력하고 있다. 2018. 3. 26 글씨21 편집실 <책 정보> 『동양 예술미학 산책』 지은이 : 조민환 펴낸곳 :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페이지 : 904쪽 정 가 : 42,000원 분 야 : 인문예술(동양예술·동양미학·동양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