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의 서예의 특징을 각각 살피고 삼국 글씨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비교, 분석한 연구서 『삼국시대의 서예』가 발간되었다. 이 책은 삼국이 중국 서예의 수용과 변용, 고구려와 신라 서예의 연관성, 백제 서예가 일본 서예에 미친 영향 그리고 신라 서예가 가야와 일본 서예에 미친 영향을 통해 고대 동아시아의 서예문화가 전파되는 과정도 살폈다.
저자는 서체와 판독에 이견이 있는 자료를 서예학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풀어냈으며, 서체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각 글자의 운필과 필법을 기준으로 삼았고, 판독에서는 내용보다는 당시 서자의 관점에서 장법과 결구, 필획의 특징 등으로 글자 자체를 읽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글자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근거로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합당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초기의 잘못된 판독이 검증 없이 재인용되는 사례가 비일비재 했으나, 그런 명백한 오독도 수정하였다.
또한 서자의 필법은 물론 각자의 각법刻法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금석문 연구에서 글씨의 미적 요소를 논하기 위해서는 입체감이 살아 있는 각刻을 살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실물 중심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령왕지석>, <왕궁리오층석탑금강경판>, <대구무술명오작비> 등을 통해 고대에는 각공조차 서법을 터득한 후 각에 임했음을 확인했다.
이 책은 크게 5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에서는 선사시대 한반도 사람들이 한자가 유입되기 전에는 어떻게 의사를 표현했는지 간략히 정리했고, 제2장에서는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한자를 받아들여 삼국 서예문화를 선도한 고구려의 글씨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백제 서예의 참모습을 알아보고, 남조와 북조 글씨와의 연관성은 물론 이전까지 크게 다루지 않았던 고구려와 신라 서예와의 연관성을 살폈다. 제4장에서는 신라 서예의 총체적 모습을 살피고 거기에 내재된 다양성과 일관성을 고찰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외국 학자들에게도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장별 영문 요약문을 실었으며, 연구자의 이해와 편의를 돕기 위해 서예 용어, 삼국 문자 유물 지도, 삼국과 중국의 서예사 연표를 별첨했다. 다양한 재료에 쓰여진 방대한 삼국의 문자 자료를 모아 엮은 데서 나아가 삼국의 글씨를 서예학적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분석한 이 책은 관련 연구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저자는 대구 출생으로 경북여자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에서 한국서예가로 미술학 석사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UPenn)에서 동양미술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전국휘호대회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원광대학교에서 금석학, 서예사, 서예미학 등을 강의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목간학회‧한국서예학회 부회장, 원광대학교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한국 고대‧중세 금석문과 목간 글씨에 천착하고 있다. 저서로 『신라의 서예』, 『한국서예사』(공저), 『영남서예의 재조명』(공저), 『월전 장우성 시서화 연구』(공저), 『한류와 한사상』(공저), 역서로 『광예주쌍집』 상‧하권(공역), 『미불과 중국 서예의 고전』, 『서예 미학과 기법』이 있으며, 서화 논문 45여 편이 있다. 또한 『월간서예』에 「전시회순례기」를 50회 연재했다. 「김충현 현판글씨, 서예가 건축을 만나다」, 「출판인 한만년과 일조각」, 「서예, 우리 붓글씨 예술의 세계를 찾아서」, 「한국수묵대가: 장우성‧박노수 사제동행」, 「당대 수묵대가: 한국 장우성‧대만 푸쥐안푸」, 「20세기 한국수묵산수화」, 「옛 글씨의 아름다움」 등을 기획, 전시하였다. 2018. 7. 9 글씨21 편집실 <책 정보> 『삼국시대의 서예』 정현숙 지음 일조각 | 508쪽|6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