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총장 신동렬) 박물관(관장 조환)은 현대 한국 서예를 대표하는 검여 유희강(劍如 柳熙綱, 1911∼1976)의 유족들(유환규, 유소영, 유신규)로부터 수 백점의 작품을 기증받아 《검무(劍舞) - Black Wave》라는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5월 31일부터 개최한다. ▲검무전 포스터
검여 유희강(劍如 柳熙綱, 1911∼1976) 선생은 추사 김정희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서예가로 꼽힌다. 선생의 유족들(유환규, 유소영, 유신규)은 성균관대에 작품 400점과 습작 600점 등 1000점과 생전에 사용했던 벼루, 붓 등을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했다. 유족들은 최근 관심에서 멀어진 서예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 서예가 주는 즐거움을 시민들이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것은 삶 속에서 즐기는 서예를 표방했던 검여 선생의 뜻을 이은 것이다.
委質超年 - 五言詩 1975 65x17.5cm 宜春白鹿 1975 67x45cm
이번 기증은 ‘추사 이래 최고 명필’이라고 평가 받는 검여 유희강 선생의 최다·최대·최고 컬렉션이기에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선생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명륜전문학교(성균관대 전신)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1946년까지 머물며 서화·금석학·양화(洋畫) 등을 접한 이후,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검의 춤사위(劍舞)’를 닮은 최고 수준의 서풍을 창출했다.
종정문 1973 16.5x42
鳥聲來 - 1973 32.5x63.5cm
1968년 친구 배렴의 만장을 쓰고 귀가하던 중 뇌출혈증이 발병하여 오른쪽 반신 마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진 지 10개월 만에 이를 극복하고 ‘좌수서(左手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이번 《검무(劍舞) - Black Wave》 특별전에서는 총 34m, 3,024자에 이르는 유희강 선생님의 필생의 역작 「관서악부(關西樂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좌수서
김대식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은 "강세황의 관서악부는 신광수와 우정을 상징하는 작품이고, 유희강이 쓴 관서악부에는 임창순과 우정 이야기가 얽혔다"며 "당대 최고 예술가들이 공유한 우정과 예술정신을 나란히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 검여 관서악부실
검여 유희강의 우수서(右手書)를 대표하는 「완당정게」(阮堂靜偈, 1965)와 붉은 종이에 눈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좌수서(左手書)의 대표작 「영설」(詠雪, 1974)을 보면 과연 한 사람의 작품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서로 다르면서도 완벽한 서예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검무(劍舞) - Black Wave》에는 먹의 움직임이 검과 같이 흐르면서도 절제와 유연한 리듬감을 선보인 검여 선생의 미학을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1965 나무아미타불
1974 詠雪
이번 전시는 일반적인 서예전시는 대표작 및 수작만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검무(劍舞) - Black Wave》 특별전은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작과 습작, 육필원고와 당시 사용하던 서책, 드로잉 등을 함께 전시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선생의 전기(傳記)를 통해 인간 검여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1975 소완재(자택)
시경
묵희 1973 25x26cm 특히 당대를 호령하던 문화계 인사들과의 서신이나 방명록 등은 해방 이후 한국의 근현대 문화사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성균관대학교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2019.5.30 글씨21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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