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어보 우호적 환수 고종이 조선왕조의 자주외교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만들어 사용한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와 효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40년(영조16년)에 제작한 ‘효종어보’를 재미교포 이대수 씨로부터 기증받아 최근 국내로 인도하였다. ‘대군주보’
‘대군주보’의 앞부분
1882년 5월, 재위 19년째를 맞은 고종 임금은 나라를 대표하는 도장인 ‘국새’들을 잇따라 만들라고 중신들에게 명령한다. 그해 7월 완성된 국새에는 ‘대군주보(大君主寶)’‘대조선국대군주보(大朝鮮國大君主寶)’, ‘대조선대군주보(大朝鮮大君主寶)’ 등등의 긴 명칭이 붙었다. 이름 속의 대군처럼 자신만만했던 시기의 고종은 당시 막 30세를 넘긴 때였다. 같은 해 5월 서구 나라들 중에서는 처음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으며 근대기 국제 외교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 고종은 청의 간섭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와도 폭넓게 자주외교를 하고 싶었고, 그해 7월 나라를 대표하는 상질물로 여러 개의 국새를 자체 제작하여 외교 국서뿐 아니라 다른 행정 분야의 공문서에도 찍게 했다.
하지만 그때 만들어진 국새는 1897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별도의 국새를 만들면서 용도가 줄어들었고, 나라가 한일병합으로 망하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사라졌던 것이다. 국새 대군주보 뒷부분. 손잡이 뉴 아래 몸체에 ‘WB. Tom’이라는 서양인 이름이 새겨져 있다. 미국으로 유출된 국새를 손에 넣었던 이의 이름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대군주보의 높이는 7.9cm, 길이 12.7cm 크기다. 은색의 거북이 모양으로 된 손잡이(龜紐:귀뉴)와 도장 몸체(印版:인판)로 구성되어있으며, 『고종실록』,『승정원일기』,『일성록』 등에 외교관련 업무를 위해 고종의 명에 따라 1882년에 제작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군주보의 공식적인 사용시기는 1882년 제작 이후 1897년까지로 파악되었으며, 외국과의 통상조약 업무를 담당하는 전권대신(全權大臣)을 임명하는 문서(1883년)에 실제 날인된 예를 확인하였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에 새롭게 제정된 공문서 제도를 바탕으로 대군주(국왕)의 명의로 반포되는 법률, 칙령(勅令), 조칙(詔勅)과 관료의 임명문서 등에 사용한 사실도 확인하였다. 효종어보를 옆에서 본 모습
효종어보는 영조 16년(1740년)에 효종에게 ‘명의정덕(明義正德)’이라는 존호를 올리며 제작된 것으로, 높이 8.4cm, 길이 12.6cm 크기이다. 효종 승하 직후인 1659년(현종 즉위년)에 시호를 올렸고, 1740년(영조 16년)과 1900년(광무 4년)에 존호를 올렸으며 이때마다 어보가 제작되었다. 효종어보 3점 중 1900년에 제작한 어보(국립고궁박물관 소장)만 전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1740년 제작 어보를 환수함에 따라 1659년에 제작된 어보를 제외하고 효종 관련 어보 2점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대군주보’인면과 찍은 인면
한편, 기증자인 재미교포 이대수 씨는 1960년대 미국으로 유학 후 줄곧 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문화재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경매 등을 통해 문화재들을 매입하던 중 1990년대 후반에 이 두 유물들을 매입하였고, 최근 국새‧어보가 대한민국 정부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고국에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기증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주현대불교 발행인 김형근(64세) 씨와 경북 구미의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 전 사무처장 신영근(71세) 씨는 기증자와 문화재청 사이에서 국새‧어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증의 방법과 형식, 시기 등을 조율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원만히 수행하여 두 유물이 돌아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조선시대의 국새와 어보는 총 412점이 제작되었다. 이번에 돌아온 2점을 제외하고 아직 73점이 행방불명 상태다. 국새·어보는 대한민국 정부의 재산으로 소지 자체가 불법인 유물로서, 유네스코 123개 회원국을 비롯하여 인터폴과 미국국토안보수사국 등에 행방불명 상태인 유물 목록이 공유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국새나 어보의 환수는 주로 압수나 수사와 같은 강제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번 환수는 제3자의 도움과 소유자 스스로의 결심으로 이루어 낸 ‘기증’이라는 형식의 ‘우호적 환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재청은 “이번 기증을 기점으로 도난된 국새와 어보에 대한 안내문과 홍보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를 통한 대중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기증을 통화 우호적 환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돌아온 대군주보와 효종어보는 오는 20일부터 3월 8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 ‘조선의 국왕’실에서 일반 관람객에게도 공개될 예정이다. 2020. 2. 20 글씨21 편집실 자료출처:문화재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