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서예의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청년작가 청봉 유기원의 개인전이 지난 10일 인사동 백악미술관 별관에서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는 <問津不惑 청년작가 5인 릴레이 전>으로써 김상년, 이 완, 진승환, 홍순형 작가를 이은 다섯 번째 마지막 릴레이 개인전이다.
청봉 유기원의 릴레이 개인전의 타이틀은 ‘대나무, 하늘을 그리다’이다. 타이틀에 걸맞게 이번 전시는 대나무를 주제로 숲을 표현했다. 작가는 대나무는 여러 가지 표정을 담고 있어 관람하는 이의 감정에 따라 행복, 슬픔, 위로 등등 여러 가지의 형태로 감상되는 것이 대나무가 가진 매력이라고 소개하였고, 이번 전시에 그 매력을 표현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전한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순간 사각형의 작은 전시 공간은 순식간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넓은 대나무 숲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혹은 네모나게 표구된 작품들은 마치 대나무 숲의 풍경을 비추는 창문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유기원의 작품들은 기존에 보았던 전통적인 문인화 속 대나무 그림과는 다르게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대나무 숲으로 스케치 여행을 다녀온 후 좋은 구도를 갖고 작품화했다고 한다. 기존의 사군자 기법으로 세밀하게 그려봐도 복잡해지기만 하고 문인화의 느낌이 사라져 대나무 숲을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그래서 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험해보고 구도와 먹색, 원근감을 넣어 문인화적 기법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들은 언뜻 보기에는 다 똑같은 대나무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표정과 풍경을 담고 있다. ‘하늘을 그리다 Sky drawing’ 시리즈는 대나무 그림 속 여백이 주는 여유 속에서 각자만의 다양한 하늘을 감상 수 있고 ‘빛 The Light’시리즈에는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에서 따사로운 햇살 또한 느낄 수 있다. 하늘을 그리다 Skr drawing Ⅰ 52x37cm
하늘을 그리다 Skr drawing Ⅴ 54x32cm
빛 The light Ⅰ 97x68cm
이처럼 작가와 관람자가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점 또한 청봉 유기원이 갖고 있는 강점이다. 작가는 “작품을 할 때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가 그 작품에 대해 제대로 느끼고 이해한 다음 작품을 완성했을 때, 보는 사람과 작가 간에 상통하는 부분이 나타나는 것이죠.”라고 전하여 작가와 관람자의 공감의 중요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쉼 Pause Ⅰ 50x38cm
달밤 Moonlight 68x43cm
이렇듯 ‘대나무, 하늘을 그리다展’을 방문한다면 시원하게 펼쳐진 대나무 숲속에서 가슴속을 뚫어주는 시원한 바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달빛에 걸린 대나무 잎사귀 사이로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청봉 유기원. 앞으로도 서예, 문인화의 전통 필법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작품을 하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전시는 1월 21일(월)까지 백악미술관 1층 별관에서 진행된다.
<전시정보> 2019 청봉 유기원 개인전 -대나무, 하늘을 그리다- 기간 : 2019년 1월 10일(목) - 1월 21일(월) 장소 : 인사동 백악미술관 1층 별관
2019.1.14 이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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