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가능성展”은 지역을 근거로 활동하며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지하고 주제전을 통해 담론의 장을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특화전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지난 2014년의 ‘be anda; 이름 없는 땅으로’, 2015년의 ‘META; 이름 없는 영역에서’, 2016년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2017년의 ‘또 다른 가능성의 영역’, 2018년의 ‘또 다른 영역 - 나 그리기’, 2019년의 ‘또 다른 가능성 – 드로잉’, 2020년의 ‘또 다른 가능성-태도로서 드로잉’에 이어 또 하나의 다른 가능성을 찾으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생적으로 결성하여 예술의 실천을 탐구해온 두 개의 미술가 집단을 초청하여 미술의 또 다른 변화 가능성을 조명해 왔다면, 2021년도부터는 각 장르별로 대상을 바라보는 직관적인 힘을 변화의 동력으로 발산하는 미술가들을 초대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소개하는 전시로 기획하게 된다. 이번 기획전은 서예, 문인화, 한국화 장르를 기초로 전통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전통서화의 일반적 전시 형태에서 벗어나 각기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들로 구성하여 기존의 규격화된 작품의 전시가 아니라 공간개념으로의 확장을 꾀하도록 유도하였다. 전통서화가 서체 혹은 필묵의 전통적인 형식미를 지켜오며 발전을 이어 왔다면, 이번 전시는 전통화법을 매개로 자신만의 표현을 탐구하며 창작에 몰두했던 작가들에게 확장된 조형적인 요소에 한 걸음 더 집중하고 표현적 필묵에 나타나는 감성을 관람객들에게 신선하게 전달하도록 구성하였다.
리홍재 作
참여작가로는 서예 부분에 필묵 운동의 실험적 방향을 추구하고 서예를 퍼포먼스 예술로 확장 시킨 작가 율산 리홍재 작가를 초대하여 전시장에서 28m의 한지에 역동적인 타 북 퍼포먼스를 온몸으로 시연한 후 전시실 벽면 전체에 설치하는 작업을 선보임으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을 보여주게 된다. 작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도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면 죽은 예술이다. 살아 숨 쉬는 서예술의 진면목을 일깨워 현장에서 직접 쓰는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공연예술로 자리했으면 한다.”라고 말하며 전통의 형식미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조화로운 조형성을 찾아내는 작가만의 씀 예술을 펼쳐 보이게 된다.
박세호 作
또 한 명의 서예 작가 초람 박세호 작가는 뜻을 전달하는 일반적인 서체적 나열의 장법(章法)이 아니라 이미지적인 필묵의 본질적인 격렬함을 보여주며 기술적 장인보다는 필획이 살아있는 붓글씨를 통해 조형적인 결구(結構)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작가는 “시대를 넘는다는 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서예 역사와 발자취를 정확하게 짚어나가는 것이며, 과거와 현재의 서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의 서예를 찾아 실험하는 것이 시대를 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실험정신을 강조하며 문장 또는 서체적 표현 위주의 기록하는 서화가 아닌 메시지와 질문을 던지는 서화의 또 다른 역할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에서 대형 현대 서예작품과 설치미술을 선보이며 서예의 전통성과 실험성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아방가르드적인 시대정신과 함께 동시대 미술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정성근 作
문인화에서는 본질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는 화두에 몰입하며 변형적이고 표현적인 문인화로 발전시키고 있는 학산 정성근 작가를 초대하게 된다. 전통과 현대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표현을 찾기 위한 여정을 피상적인 흑백이 아닌 철학적인 표현의 필묵으로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는 “그림은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큰 고목의 오랜 세월 피운 꽃은 다른 일반적인 꽃과는 아름다움의 크기가 다르다. 그 속에는 핏줄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큰 흐름과 호흡이 있을 것이며 그 깊이를 본인의 작품 속에서 찾아내는 것을 숙명처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외연적 아름다움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일반적 문인화의 구도보다는 초대형 작품을 통해 형식을 파하고, 필묵의 미세한 흐름의 표현을 보여 주기 위해 작품 뒷면에 조명을 비추는 등 문인화가로서는 새로운 전개의 구도를 펼쳐 보여 줄 것이다.
최현실 作
마지막으로 한국화에서는 한국적 정서를 기본으로 공간을 비움으로 확장성을 찾아가는 최현실 작가를 초대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명명한 “점선 드로잉”을 통해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새로운 여백과 선을 들어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평면과 설치작품을 보여주며 최소한의 회화를 통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작가의 “점선 드로잉”은 덜어냄의 행위로 가장 긴 점과 가장 짧은 선을 드로잉 하듯 표현하는 점들이 모인 작업이며, 삶에 대한 집중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상황의 전개를 보여주는 회화작품인 것이다. 작가는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해 최소한으로 몸을 움직여야 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움직일수록 더디게 낫는다며 무조건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회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긴 두루마리 한지에 매일 사용하는 만년필을 꺼내 들고는 점을 찍고, 선을 그어 나갑니다. 말 없는 미술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하얀 종이에 글을 쓰듯 그은 점선은 무거운 생각들을 지워나가는 치유의 작업임을 설명한다.
“시대를 넘는다.”라는 말은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며 그 경계에 서기 위해 수많은 고뇌와 허물을 벗기 위한 몸부림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한계를 넘기는 것일 수도 있으며 현시대를 향한 거창한 목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 활동은 기존 질서가 가진 가치를 넘어서려는 노력의 반복임을 누구보다 예술가들은 잘 알고 있다. 이번 ‘또 다른 가능성-시대를 넘어展’은 형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기 다른 고행의 부산물들로 그 실험적 정신과 태도가 또 다른 시대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2021. 01. 18 글씨21 편집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