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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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2019-05-15
落樂張書: 낙락장서 \"붓으로 노래한 장사익의 낙서\"

낙지자(樂之者)사상감정,

그리고 필묵유희(筆墨遊戲)

 

1. 들어가기

눈부시게 흩날리던 꽃잎이 어느덧 모습을 감추더니 차츰 녹음으로 변해갑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봄은 더디게 왔다가 일찍 떠나가니 많은 사람들이 봄의 이별을 노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들 가운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는 노래는 장사익선생이 불러 더욱 우리들 가슴에 절절히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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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128x33cm


2. 서예는 소리 없는 음악이다.

서예는 용필과 용묵, 문자의 조형을 위한 결체, 그리고 작품 전체의 혼연일체 된구도를 위한 장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음악의 구성도 일정하게 반복되는 박자 위에 길고 짧은 음을 늘어놓는 리듬, 높고 낮은 음을 질서 있게 연결하는 멜로디 즉선율이라고도 하는 가락, 또한 높은 가락과 낮은 가락이 동시에 어울리는 화음의 모임인 화성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음악이나 서예는 이러한 수법을 통하여 그들의 사상이나 이상, 또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회성 예술입니다.

여기서 일회성이란 두 번 쓰지 않고 단번에 써 내고, 두 번 부르지 않고 한번 부른다는 말입니다. 물론 녹음기술이나 사진에 의한 보존은 있겠지만, 표현이 한 번에 이루어짐은 여타의 예술과 다른 점입니다.

아울러 사상과 감정 등의 표현이 때로는 종횡무진하며, 때로는 울적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다시 말해서 한 곡의 노래와 하나의 글씨 안에 운치와 기세를 표현함이 동일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음악과 서예는 서사적이며 서정적이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물론 서예는 문자, 음악은 선율이라는 일정한 대상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문자와 선율의 기본 구조와 본질을 벗어난다면 이는 음악과 서예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서예와 음악은 표현과 감상으로 대변되는 예술입니다. 또한 음악과 서예의 공통분모는 정서적 삶과의 관계를 인정하며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확고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예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서예작품 속에서 음악적 리듬을 발견하여서예를 무언(無言)의 음악이라고 하였을 것입니다.

 


3. 서예와 노래는 삶의 꽃이자 눈물이다.

장사익선생은 직장을 15군데 전전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45세에하늘가는 길의 노래로 대중 앞에 섰습니다. 그 누구도 닮지 않으려는 자신만의 아이덴 티티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노래하듯이, 20여 년 전 음악인이자 대 선배인 김대환 선생의 권유로 서예를 시작하여, 오늘 우리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물론 선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웅변과 펜글씨, 습자에 관심과 재미를 느꼈고, 서당에서 한문 배우기를 좋아했음이 오늘의 계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글씨는 곧 그 사람과 같다(書如其人)’는 말과 같이 글씨에는 그 사람의 철학과 사상, 성정 등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먹을 갈아 붓글씨를 쓰고, 심지어 지인들에게 보내는 안부편지도 반드시 붓글씨로 쓴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과 고집이 독자적인 한글 흘림체를 대담하게 써내고 있는 이유이겠습니다.


선생의 작품 <>, <봄꽃> 등은 그림 같습니다. 한글에 서화동원(書畵同源)의 말이 부합하는지를 차치하고라도 의재필선(意在筆先)과 심수상응(心手相應)의 형상성을 나타내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공덕><봄날은 간다> 등은 획의 굵기와 유려한 리듬이 특징으로 자모음의 필획 사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시원한 멋을 보여주고, 전체적으로 자간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높고 파란 하늘><동백 아가씨> 등의 가로 글씨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 긋는 획이 모두 다른 리듬과 굵기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글자 속에 필연적 으로 존재하는 각각의 점획들이 모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깔끔하게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표현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선면의 글씨와 윤동주 시 <눈 오는 지도> 등은 그의 노래처럼 진솔 하고 겸손한 그의 삶의 표현인 듯합니다. <춘하추동>, <일장춘몽> 등의 한문 작품은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고요함속에 굵고 힘차며 정적이면서 장중함을 나타납 니다. 아울러 노자의큰 재주는 어리숙해 보인다(大巧若拙)’는 말의 표본이 되는 겸손과 절제의 미덕을 지키고자 함이 보입니다.

이렇듯 선생의 글씨는 필세에 변화가 많고 어느 한곳에 구속되어 있지 않으며, 그래서 각각의 작품들은 개성이 아주 강할 뿐만 아니라 주관적 감정과 성격이 두드 러지게 나타납니다. 더욱 부산(傅山)의 사녕사무론(四寧四毋論)차라리 고졸 할지언정 교하지 말아야 하며, 차라리 추할지언정 연미하지 말아야 하며, 차라리 지리 할지언정 가벼이 미끄러지지 말아야 하며, 차라리 진솔할지언정 안배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의 실천이 아닌가 싶습니다.

 


4. 나가기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 새워 울었지.


봄이 한창 익어 초여름이 다가오면 찔레꽃이 핍니다. 꽃은 소박하면서 은은한 향기를 품고, 하얀색이라 우리 민족의 정서와 닮았다고 합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찔레꽃 마냥 외롭고 열악한 삶의 조건에서 자기의 예술세계를 완성시켜 왔습니다.

꽃이 눈 부시는 것은 튼튼한 줄기와 뿌리 그리고 넓은 파란하늘이 있기 때문이겠 지요. 겸손하고 지칠 줄 모르는 선생의 성취도 이 같은 바탕에 기인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생의 서예는 삶의 꽃이며 눈물이고, 낙지자(樂之者)의 필묵유희(筆墨遊戲)입니다. 그리고 그의 서예는 그의 노래와 더불어 우리에게 흉금을 울리는 삶의 힐링이라 하겠습니다.

평론가들로부터우리의 서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선생은 그동안 꾸준히 연마한 서예작품을 가지고 우리들 앞에 섰습니다. 이토록 영광스러운 자리에 천학비재인 필자가 무사(蕪辭)로서 누를 끼칠 수밖에 없음을 한탄합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총장 이 영 철





장사익 글씨전 낙락장서 落樂張書

붓으로 노래하다



봄꽃이라고 쓰니 꽃이란 글자가 벙긋이 꽃잎을 여는 듯하고,‘ 산들바람이라는 글자에서는 지금 막 언덕을 넘어 초록벌판을 지나오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의 궤적이 그려진다. 장사익, 그의 글씨는 마치 그의 노래처럼 스스럼없이 가슴 한복판을 꿰뚫는 소박하고 천진스러운 힘을 갖고 있다. 그는 정식으로 서예를 배운 적이 없고 그저 좋아서 틈틈이 써온 글씨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정식에 구애되지 않음으로써 그 자신의 내재된 멋과 정서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노래처럼 말이다.


사실 그의 노래에 대해 말하지 않고서는 그의 글씨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붓으로 노래하다는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그의 글씨는 결국 그의 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는 정식과 정석에서 벗어남으로써 비로소 그의 고유의 것이 되었다. 국악도 아니고 가요도 아닌.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노래는 굳이 국악이 아니어도 좋고 가요가 아니어도 되는장사익 류를 형성함으로써 고유의 영역을 갖게 되었다. 온 몸에서 솟구치듯이 분출되는 흥과 신명, 한과 슬픔이 녹아 든 그의 소리는 바로 진정성 있는 그의 삶의 고백이어서 우리의 가슴을 뒤흔든 다. 온 몸을 악기로 하여 쏟아져 나오는 그의 소리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익숙한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들었던가, 아니 까마득한 전생의 어느 봄날이었던가. 아마도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런 구성지고 절절하고 깊은 소리를 폭포처럼 쏟아내며 삶의 애환을 노래하지 않았을까. 귀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듣는 그의 소리를 나는한국적인 소리라고 정의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와락 앵()기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그의 소리는 분명 신의 축복이다. 그러나 그 선물의 포장지를 뜯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축복의 소리로 완성시킨 것은 장사익, 본인의 고난과 좌절로 점철된 세월 덕분일 것이다. 그가 뒤늦은 나이인 45세에 정식으로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것이 만약 신의 뜻이었다면 그것이야말로신의 한수라고 칭하고 싶다. 이렇다 할 명함 없이 늘 갈망하고 방황하고 넘어지고 낙오되며 겪은 숱한 감정들이 체화되어 있지 않았다면 45세에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를 뿜어낼 때 그것은 눈물이기도 하고 환희이기도 하고 타인의 삶을 다독거리고 보듬어 껴안는 위로의 소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누구도 그의 지난 삶을 대신할수 없듯이 그의 인생이 담긴 소리를 따라할 수 없고 따라서 온전히 장사익, 그의 것이 될 수밖에 없을 터이다.

 

45년의 삶의 무게를 안고 가수로 데뷔했던 그가 이번에는 70년 인생의 철학을 갖고 서예로 데뷔 한다. 늦어도 너무 늦은 게 아닌지 생각되지만 그러나 소리꾼으로서 그랬듯이 그의 늦은 데뷔는 그동안 응축된 에너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결과여서 이번 첫 전시에 대한 기대를 숨길 수 없다. 사실 늦은 데뷔일 뿐이지 글씨를 취미삼아 정신수양삼아 쓰기 시작한 지는 굉장히 오래되었 다. 10대 시절에 배운 펜글씨로 글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왜 한자에는 여러 체가 있는데 한글은 그렇지 못할까하는 궁금증으로 붓글씨를 쓰기 시작했다는데, 그에게 글씨는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다. 과자상자나 쇼핑백에도 흰 여백을 보면 참지 못하고 그예 글씨를 써넣고, 서리가 앉은 유리창에도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진정 그의 글씨는 즐거운 놀이 처럼 보인다. 그런데, 첫 전시를 앞두고 뭔가 좀 제대로 써야겠다는 강박증이 스스로도 당황스러 운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결론은 긍정적이다. 이제까지 너무 자유롭게 써왔음을 각성 하면서 더욱 진지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래도 판을 벌리니 배우는 게 많아서 즐겁다고 한다.

그의 글씨는 그의 노래가 마음대로 박자를 벌리고 가락을 변주하듯 자유자재로 뻗고 감치며 흘러내린다. 그런데도 한 글자 한 글자가 모양은 다르되 서로를 북돋워주고 의지하고 너그럽게 받아주면서 조화를 이룬다. 오선지 위 음표들이 각자의 소리를 갖되 화음을 이루듯이 그의 글자들도 균형과 리듬을 유지하며 하모니를 이룬다.


평생 각고의 노력으로 일가를 이룬 서예의 대가 앞에서 그는 한낱 신인에 불과하지만 큰 무대에 강한 그가 어떻게든 자신을 이겨내고 붓으로 노래하는, 낙서를 즐기는 장사익의 글씨라는 의미 의낙락장서落樂張書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낙락장서는 그가 지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을 풀어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그의 몸에서 소리를 길어 올리듯이 붓의 노래를 부를 것이고 마침내, 붓의 노래 또한 지금까지 우리에게 들려준 그의 노래 처럼 명창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윤세영 / 월간 사진예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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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봄날 / 38x3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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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 7x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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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46x3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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終辯 / 33x6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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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張思翼
Jang Sa-ik


비교적 늦은 나이에 노래를 시작한 장사익은 우리 고유의 가락과 애잔한 정서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내공에서 우러나는 소리로 인생의 희노애락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음악인이다.


1집음반하늘가는 길출반(1995)

2집음반기침출반(1997)

3집음반허허바다출반(2000)

4집음반꿈꾸는 세상출반(2003)

5집음반사람이 그리워서출반(2006)

6집음반꽃구경출반(2008)

실황음반따듯한 봄 날 꽃구경출반(2009)

7집음반출반(2012)

8집음반꽃인 듯 눈물인 듯출반(2014)

9집음반자화상출반 (2018)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무역회사, 전자회사, 가구점, 카센터 등 10여개가 넘는 직업에서 얻은 경험을 밑바탕으로 199546세의 늦은 나이에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노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자화상>까지 총 10장의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평론 가들로부터우리의 서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대표곡으로는 <찔레꽃> <꽃구경> <하늘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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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38-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