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갤러리21

[Gallery]

2019-11-22
탄주 고범도 展


'사공도(司空圖)의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


 탄주 고범도 展 


본 전시는 

2019. 11. 7()~11. 13(수)까지 백악미술관 1층에서 

11.6(수)~11.11(월)까지 인영갤러리에서 개최되었으며,

갤러리21에서 연장전시가 한달간 이어집니다.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 서예전에 붙여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안 대 회

 

지난 2011년 나는 1년 내내 문학동네 카페에서 궁극의 시학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분석한 글을 연재하였고, 글을 고쳐 2년 후에 두툼한 단행본을 냈다. 자수字數 1152, 200자 원고지 6장에 불과한 것으로 700쪽이 넘는 장광설을 풀어놓았다. 돌이켜보면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하지만 이십사시품에는 무한대의 확장성,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허용하는 마력이 있었다. ‘궁극의 시학이란 제목을 붙인 것도, 많은 예술가가 그림으로, 글씨로, 인장으로 묘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저술하는 중에 저명한 서예가인 축윤명祝允明과 이광사李匡師, 김정희金正喜 등이 쓴 시품첩을 자주 보면서 시의서품 詩意書品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들곤 했었다. 여전히 이십사시품을 즐겨 쓰는 중국과 일본의 서예가를 보고서 한국 에서도 이십사시품을 즐겨 쓰는 서예가가 언제든 나오리라 기대했었다.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탄주呑舟 고범도高範道 서예가가 전시장 전체를 이십사시품으로 채운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가와 20년지기인 김상환 선생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동 서실로 찾아가 탄주 선생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고 수십 폭에 이르는 글씨를 감상하였다. 1152자 전체를 한 기운으로 써 내린 대폭에서 단아한 병풍, 주련柱聯, 두 글자 제목을 쓴 소품, 우리말로 번역한 글에 이르기까지 풍성하고 다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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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를 주축으로 여러 서체를 고루 보여주었고, 때로는 표일飄逸하고 때로는 호방豪放하고 때로는 전아典雅하게 각종 풍격을 드러냈다. 글의 내용이 같다고 글씨가 같은 것은 아니다. 전체로 부분으로, 한문으로 번역으로, 길고 짧게 지루할 틈이 없이 변화하고 종횡하는 글씨를 보면서 이십사시품이 지닌 큰 확장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하던 것보다 더 상상력을 개성 넘치게 발휘한 글씨가 가득하였다.

 

글씨를 평가할 만큼 안목을 갖추지 못한 터라 전시할 글씨를 함부로 좋으니 나쁘니 말할 처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주제넘게 평한다면, 이십사시품 풍격에서 실경實境의 다음 두 대목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아주 솔직하게 말을 구사하고 取語甚直

감정과 본성이 가는대로 따를 뿐 情性所至

구상하고 생각함이 깊지 않다 計思匪深

기묘한 것을 억지로 찾지 않는다 妙不自尋

 

숨어 사는 사람을 문득 만나니 忽逢幽人

만나는 것을 하늘에 맡길 때 遇之自天

마치 도인의 마음을 본 듯하다 如見道心

맑게 울리는 드문 소리이리라 泠然希音

 

이 글이 말하듯이 탄주의 글씨에서는 구상과 기교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마음이 가고 손이 가는 대로 시원스레 쓴 분위기를 느껴졌다. 그렇게 솔직하고 즉흥적인 글씨를 보다 보면, 불쑥 숨어있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마음을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201910월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안 대 회

 

 


表聖詩品坦翁書品

한학자 金 相 丸

 

세상이 하도 넓고 역사가 유장하다 보니, 예로부터 지금까지 붓을 잡고 글자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붓에 먹을 적셔 글자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붓을 자유롭게 휘둘러 어떤 서체에 국한하지 않고 호방豪放하게 자신의 서풍書風으로 창작하는 작가는 드물다.

 

가끔 전시장을 둘러보면, 어떤 스승의 제자 작품전이나 어떤 회원의 작품전은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스승의 서체를 닮게 쓰려고 애써 그린 경우는 참담한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수십 년 갈고 닦은 작가의 작품 전시라 해도 본인의 안목으로 보기에는 기본이 정립되지 않아서 사자팔병(寫字八病-鼠尾 牛頭 鶴膝 蜂腰 稜角 竹節 柴擔 折木)에 저촉되는 작품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큰 글씨는 체본體本을 따라 그리고 자전字典을 보고 베껴서 그런대로 되었다고 하겠지만, 관지款識를 적은 작은 글씨는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한마디로 비유하자면 제백석齊白石이 화제畫題를 적은 격이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항상 붓을 잡고 서화에 종사했기 때문에 붓놀림이 익숙하긴 하겠지만, 행서나 초서의 경우에 올바른 글씨는 전혀 아니다. ! 관지라도 반듯하게 기품있게 쓴 작품을 보고 싶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태풍이 잦았다. 그런 악천후 속에서도 탄주呑舟는 수원과 서울을 오가며 불철주야 그 무엇에 홀린 듯이 붓을 잡고 휘둘렀다. 무더운 날씨도, 줄기찬 소낙비도, 짜증스러운 모기도, 무시로 찾아오는 손님들도 그의 작업을 전혀 방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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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사공도司空圖(837~908)는 고금천하의 모든 시의 의경意境24으로 나누어, 각 품에 4언의 운어韻語12구를 구성하여 모두 288구로 지었는데 각 의경의 품격을 상징적으로 해설하여 표현하였다. 탄주呑舟는 사공도의 시품에 매료되어 이를 연마鍊磨하고 융해融解하여 24라는 숫자에 착안하여 종이 24, 24, 벼루 24, 24종 등 문방사보文房四譜를 활용하여 자유자재하게 작품을 구상해 보려고 준비를 진행하였다.

 

그의 독창적인 기획과 엄청난 포부는 결국 공간과 기타 재료 준비 과정이 여의치 못하여 일부 좌절되어 본래 의도와 같이 발휘하지는 못하였지만, 세상만사가 제 뜻대로 성취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솥 안의 고기를 다 먹어 보아야 그 맛을 알겠는가! 안목眼目을 갖춘 분들은 벽면에 가득한 24시품, 거침없이 단숨에 휘둘러 탄생한 힘찬 작품을 보면 단번에 알아볼 것이리라.


중원에서 사공도가 떠난 뒤 1,110여년 뒤 한국의 탄주는 그의 서품書品으로 멋지게 창출한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배를 삼킬듯한 기세로 오로지 붓만 잡고 살아온 탄주坦舟가 오랫동안 갈고 닦은 서품을 바탕으로 대관령大關嶺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앞으로는 탄탄대로坦坦大路를 위풍당당하게 걸어가길 염원하며 탄옹坦翁이라 불러 보았다. 表聖詩品坦翁書品

 

기해년 상강霜降에 서리맞은 국화를 바라보며 한학자 金 相 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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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品 雄渾 · 8.5×1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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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品 纖穠 섬농 · 33×1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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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品 雄渾 雄渾 · 17×13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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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舟 高 範 道

탄 주 고 범 도


아 호

呑舟, 坦舟, 白字書生, 高凡, 抱一軒, 物外軒, 旅夢齋, 坦翁

학 력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수 상

대한민국서예대전 우수상 수상(2003)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대전 대상 수상(2004)

서울서예대전 대상 수상(2004)

강암서예대전 대상 수상(2009)

현 재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한국서예협회 감사

서울서예협회 부지회장

서울서예협회 종로지부 자문

한국전각협회·강암연묵회·한청서맥·겸수회 등 회원

성신여자대학교 등 출강

인사동 탄주서예·전각연구원 운영

전 시

개인전 4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출품

부산비엔날레, 문자문명전, 오늘의 한국서예, 작업풍경전, 15.8 ART Space전 등 다수 출품



010-3374-1005

ko3374st@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2-8, 1층 탄주서예·전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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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문의


02-2138-0104